"정책금리 충분히 긴축적 수준에 도달하게 할 것…근원물가·통화정책파급 감안"
작년 7월 11년만에 빅스텝 감행후 이후 7차례 연속 금리 인상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5%에서 3.75%로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통상적인 규모의 베이비스텝으로 복귀했다.
통상적인 수준의 2∼3배에 해당하는 폭의 금리 인상은 6차례로 일단락됐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향후 금리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에 이어 유로존(유로화사용 20개국)까지 기준금리가 우리나라(3.5%)보다 높아지게 됐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75%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3.25%와 4.00%로 0.25%P씩 올리기로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매우 명확하다"면서 "오늘 가진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했을 때 우리가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과 관련, "이는 여정이다. 우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면서 "금리인상의 영향이 있지만, 충분한 영향이 있었는지 우리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에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비용이 치솟고 있어 새로운 고통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가장 취약한 이들이 먹는데 돈을 훨씬더 많이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4월 소비자물가는 1년전보다 7.0%(속보치) 올라 전달(6.9%)보다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3월까지 5개월째 유지된 둔화세가 꺾였다. 특히 식료품·주류·담배는 13.6% 치솟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 5.6%로 역대 최고치인 전달(5.7%) 수준에 머물렀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너무 높게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면서 "물가상승률은 최근 수개월간 낮아졌지만, 근원적인 물가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ECB는 "과거 금리 인상은 강력하게 유로존의 금융통화여건에 파급됐지만,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력과 파급시차는 불확실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ECB는 "앞으로 정책금리가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로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 도달하게 할 것"이라며 "정책금리 결정시 물가상승률 전망치와 근원물가의 역동성, 통화정책의 파급력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는 지난해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빅스텝'(통상적인 규모인 0.25%P의 2배)을 감행한 데 이어 지난해 9월과 10월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통상적인 규모인 0.25%P의 3배)을 단행했고, 이후 다시 빅스텝을 세 차례 연속 이어갔다.
ECB는 자산매입프로그램(APP)에 따른 포트폴리오 규모를 점진적이고 예견된 방식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7월부터 APP 만기채권 원금에 대한 전액 재투자를 중단하고, 6월 말까지 매달 평균 150억 유로씩 투자를 축소한다. 지난 수년간 양적완화를 위해 ECB가 사들인 자산규모는 8조5천억 유로(1경2천421조원)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과 관련해서는 2024년 말까지 만기채권의 원금 재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
시중 은행들에 자금을 3년간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 운용이 통화정책 스탠스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정기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한편, 미 연준는 전날 기준금리를 2007년 이후 16년만에 최고 수준인 5.00∼5.25%로 0.25%P 올리면서 지난해 3월 이후 10회 연속 금리인상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연준에 이어 ECB도 금리인상 행보를 이어가면서 유럽 주요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이날 오후 4시 25분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DAX지수는 0.7%, 프랑스 파리증시의 CAC40지수는 1%,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 50지수는 0.7% 하락하고 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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