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터뷰…"시장은 금리 차보다 경기에 주목할 것"
"한국, 거시경제 지표 탄탄하고 외환보유액 충분"
"부동산 PF 우려는 여전…시스템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한미 간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벌어졌지만, 환율 변동성 확대·자본 유출 위험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지난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75%p까지 벌어졌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그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진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관련 우려에 대해 "자본유출이 있거나 외환시장에 급박한 움직임이 있을 때는 단순히 금리 차뿐 아니라 경기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며 "시장은 한미 금리차에 크게 반응하기보다 경기에 주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외환보유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는 수준이고, 거시경제 펀더멘탈도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의 IMF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ssessing Reserve Adequacy·ARA)가 3년째 권고 수준을 밑돌면서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도 "(IMF ARA는)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발표 기준"이라며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에 따르면 IMF는 ARA 발표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에서도 은행권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 은행권은 충분한 자본을 바탕으로 위기에서 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취약한 부문으로 부동산,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꼽았다.
그는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개선됐지만 중소·건설 개발업체의 신용위험은 아직 높은 상황"이라며 PF익스포저가 큰 일부 비은행금융기관도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취약부문은 전체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며 "금융 부문 전반에 대한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스리니바산 국장과의 일문일답.
-- 미국 기준금리 전망은. 최종금리 수준은.
▲ 미국 기준금리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금리 인상이 노동시장, 수요,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5%를 웃도는 수준까지 완만하게 상승한 다음 약 1년간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현실화하면, 정책금리는 더 높아질 것이다.
-- 한국 기준금리 전망은. 최종금리 수준은.
▲ 한국은행은 지난 2월과 4월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서도, 향후 데이터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 기준금리 3.50%는 최종금리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본다. 향후 정책금리 결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가에 단호히 대처하면서 과도한 긴축 위험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섣부른 완화는 확실히 피해야 한다.
-- 연준이 금리 한 번 더 올리면서, 한미 금리차가 사상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환율 불안,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 자본유출이 있거나 외환시장에 급박한 움직임이 있을 때는 단순히 금리 차뿐 아니라 경기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이고, 거시경제 펀더멘탈도 탄탄하다. 시장은 금리차에 크게 반응하기보다는 경기에 주목할 것으로 본다. 자본유출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고, 큰 우려를 하고 있지는 않다.
-- 한국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일부 민간 전망기관의 경우 하반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IMF는 어느 쪽인가.
▲ IMF도 하반기 성장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중국 경제 리오프닝은 한국을 비롯한 중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수입 수요를 늘리고, 이를 통해 대중국 수출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
-- IMF는 지난달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을 1.5%로 하향했는데, 추가 하향 가능성이 있나.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 수출과 투자에 큰 부담을 안겨줬던 반도체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다. 단기 성장 전망에 대한 주요 위험으로는 반도체 부문 회복 지연, 중국 리오프닝 파급효과 축소, 주요 교역상대국 성장 둔화·통화 긴축,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있다. 또한 지정학적 분절화도 중요한 구조적 위험 요인이다. 7월 WEO에서 전망을 조정할 수 있지만, 아직은 수치를 봐야 한다.
--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한국의 가계대출, 기업대출이 모두 GDP 대비 100%를 넘어서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인데, 한국의 대출 부실 위험, 금융 위기 가능성은.
▲ 한국 금융시스템은 최근 미국·스위스의 은행 위기에 탄력적인 모습이었다. 해외기관과 직접적 연계가 크지 않았고, 충분히 쌓아 놓은 완충 자본은 은행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연체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기업과 가계 모두 낮은 수준이다. 민간 부채 수준이 높지만, 상당한 재정 완충 장치와 엄격한 거시건전성 요건 덕에 시스템적 위험은 제한적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도 가계부채 디레버리징과 연체율 하락에 도움이 됐다.
다만 부동산 관련 취약 부문을 면밀히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위험이 여전히 있다.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개선됐지만 일부 중소 건설·개발업체의 신용위험은 아직 높다. PF 익스포저가 큰 일부 비은행금융기관도 취약해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 변동금리인 가계의 부동산 관련 대출 역시 금리 인상기 취약 부문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전체 시스템에서 작은 부분이고, 금융 부문 전반에 대한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 미중 갈등 속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의 경제 및 무역 정책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 글로벌 무역, 가치사슬에 연관성이 큰 다른 나라들처럼 한국도 지정학적 분열이 심화하면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무역정책 관련 불확실성은 기술 등 통합 정도가 높은 사업에서 특히 부담될 수 있다. 분절화는 분명한 위험 요인이고, 분절화가 나타날 경우, 어떤 형식이든 아시아에는 가장 큰 손실이 날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한국은 공급망에 워낙 깊이 연관돼있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10월 전망에서 세계가 양분화되고 그사이 교역이 단절됐다고 가정했을 때 아시아 국내총생산(GDP)은 3%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는 무역협정을 체결한다. 이런 무역협정을 통해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최근 일본과도 관계 개선에 나섰는데, 이러한 교역 다각화가 중요하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한국식 포워드가이던스를 시도해 호평받았지만, 적설적 화법을 사용해 환율 등 외환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관점에서 물가 외 경기를 너무 신경 쓴다는 비판 역시 나온다. 현재 한은 총재로서 업무를 평가한다면.
▲ 이창용 총재의 강한 리더십, 전략적 비전, 철저한 분석력은 높은 불확실성과 도전적인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통화정책을 탐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총재의 리더십 아래에서 한은은 시의적절하고 미래지향적인 통화 긴축을 했고, 물가 해결과 지나친 긴축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왔다고 평가한다. 이 총재의 포워드가이던스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컸던 기간, 인플레이션 기대를 잘 고정하고 신뢰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책에 대한 이 총재의 경험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은 한국이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s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