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보좌관 내주 무함마드 왕세자 회동…국무장관, 내달 방문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외교·안보의 '쌍두마차'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잇달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냉랭한 양국 관계 해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은 수주 내에 각각 사우디를 방문해 당국자들을 만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설리번 보좌관은 다음 주 사우디에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의 카운터파트들과 만난다. 4개국 안보 책임자의 만남은 바이든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이 회동은 공급망 다양화, 항만·철도·광물을 포함한 전략적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사우디 방문에 앞서 아모스 호흐슈타인 백악관 에너지 안보 담당 선임고문과 브렛 맥거크 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이 최근 UAE 고위 당국자들을 만났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특히 설리번 보좌관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회동한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달 11일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화를 하고 이란의 위협과 예멘 내전 종식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다음 달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이슬람국가) 퇴치를 위한 글로벌 연합 회의 참석차 사우디를 찾는다.
블룸버그는 "미 고위 당국자들의 잇따른 사우디 방문은 양국 간 험난한 관계를 원활하게 하려는 미국 결단의 새로운 신호"라며 "이는 미국 정부가 냉랭했던 사우디와의 관계를 극복하기로 결심했음을 강조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가 무함마드 왕세자로 드러나자 대선 후보 당시 그를 왕따시키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취임 후에도 직접 만나 암살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양국 관계가 극도로 냉각됐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가 치솟을 때 산유국인 사우디는 미국의 증산 요구를 무시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해 산유국 모임인 '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을 주도해 양측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OPEC 플러스'는 지난달에도 또다시 감산에 들어갔고, 미 정부는 이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 투구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완화 등 미국의 경제 상황 개선은 물론 중국이 미국과 사우디 간 균열 틈새에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은 지난 3월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며 중동에서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단 내전 사태와 관련해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미 외교관과 가족을 철수시키는 미군 작전이 성공하자 지난달 23일 성명을 내고 사우디 등 주변국 협력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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