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공매도 과징금에 놀란 금투업계…"수백억 가능, 파산 우려"

입력 2023-05-07 06:31  

'센' 공매도 과징금에 놀란 금투업계…"수백억 가능, 파산 우려"
증선위서 '주문금액 범위' 놓고 공방…향후 소송 가능성도 거론
금융당국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엄정한 제재" 강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를 과태료에서 과징금으로 강화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가 예상보다 '센' 과징금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과징금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파산에 이르는 증권사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7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8일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불법 공매도를 한 UBS AG와 ESK에 각각 21억8천여만원과 38억7천여만원의 과징금을 의결했다.
2021년 4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강화된 공매도 규제 위반 제재가 적용된 첫 사례다.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UBS AG와 ESK 측은 금융당국과 불법 공매도 주문 금액 규모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불법 공매도 체결 금액이 아닌 주문 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증선위 안건 상정 전 금융감독원이 이들 회사에 사전 통보했던 과징금 규모는 각각 35억9천여만원, 79억3천여만원에 달했다.
UBS AG 측은 미체결 호가까지 주문 금액에 포함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UBS AG는 2021년 5월 종목명 착각으로 보유하지 않은 SK㈜ 보통주 2만7천374주(73억3천만원)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낸 사실이 적발됐다. 다만, 이 중 실제 체결이 된 주문은 1만7천418주(46억6천만원)로 한정됐다.
UBS AG 측은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매도 주문 금액은 무차입 공매도 주문이 체결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고 체결되지 않은 미체결 호가 부분은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종목당 최대 6천만원 한도 내에서 과태료가 부과됐던 사안을 이렇게 미체결 호가까지 포함한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수백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파산에 이르게 되는 회사도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낸 당일 SK 주가가 전일 대비 1.7% 상승한 점을 들어 실제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ESK 측 역시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다고 항변했다.
ESK는 2021년 8월 미보유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 주식 21만744주(251억4천만원)에 대한 매도 주문을 제출했다가 적발됐다. 이 중 실제 체결 건은 4만3천564주(49억2천만원)였다.
ESK는 무상증자로 발행 예정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을 내부 시스템에 미리 입고 처리한 뒤 이를 매도 가능한 주식으로 착각해 주문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ESK 측은 "사전 통지된 과징금 79억원은 책임주의 측면이나 시장 질서 유지라는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필요한 정도를 지나치게 넘어섰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 위반 사실을 알자마자 2억여원의 손실을 감수해가며 공매도 수량을 다시 시장에서 매수한 점, 공매도 기간 에코프로에이치엔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점 등을 들어 투기 목적의 공매도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들 업체의 위반 동기를 '중과실'에서 '과실'로 조정하고 미체결 주문 금액에 대한 감경률도 높여 과징금을 사전 통지안 대비 깎아줬다.
이러한 조정에도 수십억원 수준의 과징금은 예상보다 규모가 크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난이 이어짐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일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및 처벌 의지를 강조해왔다.
금융위는 "법 위반 경위(동기), 위반 행위가 시장에 미친 영향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정된 자본시장법 취지에 맞게 엄정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지도록 의결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금융당국의 제재 강화에 향후 외국계 금융투자회사들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제재 수위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최근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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