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철수 예고 연장선 해석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면 체첸 부대가 전투 임무를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서한을 러시아 정부에 보냈다.
AFP 보도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6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오는 10일 0시 이전에 바그너 그룹 부대가 지키고 있는 바흐무트 및 그 주변 위치를 아흐마트 대대에 이전할 것을 요청한다"고 썼다.
아흐마트 대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람잔 카디로프의 지휘를 받는 체첸의 전투부대를 지칭한다.
카디로프는 2004년 피살된 부친 아흐마트 카디로프 전 체첸공화국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혼란에 휩싸인 이슬람 공화국 체첸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카디로프는 푸틴 대통령에 충성하는 대가로 자치공화국 내에선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인권 탄압 논란을 자주 일으켜 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곧바로 부대를 전장에 파견해 러시아군을 지원하고 있다.
프리고진이 카디로프의 지휘를 받는 부대에 바흐무트 공격 거점을 넘기자는 것은 최근 탄약 보급 문제를 거론하며 현지 철수를 예고한 것과 맥이 닿아 보인다.
프리고진은 전날 성명을 통해 오는 10일까지 바흐무트 내 거점에서 부대를 빼겠다고 말했다.
탄약 보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병사들이 무의미하게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게 프리고진의 주장이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바흐무트 공세를 이끌어왔으나 프리고진은 탄약을 비롯한 러시아군의 지원 부족을 거론하며 수시로 군부를 공개 비난해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를 완전히 점령하기 위한 교두보로써 바흐무트에 대한 공세를 8개월 넘게 펼치고 있으나, 한때 점령설이 제기된 뒤로도 수개월째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점령할 경우 지난해 여름 이후 처음으로 의미 있는 전과를 거두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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