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세월의 벽 뛰어넘은 유구함과 시대가 낳은 차이 공존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만년 왕세자'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찰스 3세 국왕이 6일(현지시간) 마침내 공식적으로 영국 40번째 군주가 됐습니다.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이자, 찰스 3세가 왕세자로 책봉된 해를 기점으로는 무려 65년 만의 영국 국왕 대관식입니다.
이날 찰스 3세는 '대관식 의자'에 앉아 왕관을 썼는데요,
1953년 6월 2일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의자입니다.
전통을 자랑하는 이 대관식 의자는 1300년에 에드워드 1세 지시로 제작됐으며 1399년 헨리 4세 대관식 때부터 사용됐습니다.
에드워드 1세는 스코틀랜드에서 전리품으로 빼앗아 온 무게 150㎏의 붉은 사암인 '운명의 돌'을 아래에 넣기 위해 이 의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쓴 왕관 역시 동일한 것입니다. 역대 영국 군주 대관식의 가장 상징적인 보물로도 꼽히는데요,
'성 에드워드 왕관'으로 불리는 이 왕관은 1661년 찰스 2세를 위해 제작됐습니다.
다른 왕실 보물도 총동원됐는데요,
특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대관식에서 수여 받았던 보주(orb)와 홀(笏·scepter)이 찰스 3세에게 수여됐습니다. 보주와 홀은 '군주의 힘'을 상징합니다.
이날 대관식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건 '정복왕' 윌리엄 1세 대관식인 1066년부터 1천년가량의 전통을 이은 것입니다.
찰스 3세의 대관식에는 국내외 인사 2천명이 초청됐습니다.
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에 영국 귀족만 910명이 초청되는 등 8천여명 인사가 참여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당시 사진을 보더라도 이날과 달리 사원 내부가 2층까지 꽉 들어찬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관식이 끝난 뒤 찰스 3세 부부는 1762년 제작된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이 마차는 1831년부터는 대관식 때마다 등장했는데, 무게가 4t(톤)에 달해서 왕실 회색 말 8필이 끌며 걷는 속도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엘리자베스 2세는 첫 순서인 '왕의 행렬'부터 이 마차에 탑승했으나, 찰스 3세는 대관식을 마친 뒤 버킹엄궁으로 향하는 행렬 때만 이 마차를 사용했습니다.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기 위한 시민들의 관심은 그때나 오늘이나 비슷했습니다.
7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계속 비가 내렸지만,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든 시민들로 버킹엄궁으로 향하는 더몰 거리가 가득 찼습니다.
버킹엄궁으로 복귀한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왕실 가족들과 함께 발코니로 나와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했습니다.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여왕은 젊은 나이에 왕관을 쓰게 되었죠,
선왕 때와 비교하면 70대 부부인 찰스 3세 국왕 부부와 좌우로 자리한 손주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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