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도심 서부 소이탄 공격 추정"…"우크라, 자포리자서 대반격 나설듯"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트위터에 화염에 휩싸인 도시를 찍은 영상 한 편을 올리면서 러시아가 바흐무트의 비점령 지역에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을 분석한 영국 BBC 방송은 촬영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장소는 바흐무트 도심 서쪽의 어린이 병원 인근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드론으로 찍은 것으로 추정되며 고층 건물이 불길에 타오르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BBC는 아울러 공격에 소이탄의 일종이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지만, 백린 사용 여부까지 특정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백린탄은 인(P)의 동소체인 백린을 원료로 쓴 폭탄이다. 조명탄·연막탄에도 백린이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인명 살상용 백린탄은 화재나 화염을 이용해 목표물을 파괴하는 소이탄의 일종이다. 쉽게 말해 주변을 불태워 버리는 무기다.
원료 자체가 맹독성인데다 산소와 접촉해 불이 붙으면 엄청난 열과 섬광·연기가 발생해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 일단 연소가 시작되면 인체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채 쉽게 꺼지지 않는다. 물도 소용없고, 붕대를 감았다 제거하면 다시 불이 붙기도 한다.
민간인 거주 지역이나 민간인 밀집 시설에 대한 소이탄 사용은 국제법상 금지돼있다. 이런 금지 조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중국 등 거의 모든 주요국이 비준한 1949년 제네바협약과 1980년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등에 들어가있다.
그러나 백린탄은 다르다. 어쨌든 주 목적이 '연막 형성'에 있기 때문에 소이탄과 달리 국제규범 통제의 바깥에 있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세기 초중반부터 쓰인 백린탄이 지난 15년 동안에도 반복적으로 사용돼 왔다고 지적한다.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싸울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HRW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작년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가 마리우폴 포위 등 과정에서 민간 시설에 백린탄을 썼다고 비난해왔지만, 러시아는 줄곧 "국제 협약을 위반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BBC는 소이탄 공격을 받은 바흐무트가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곳인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러시아가 수개월에 걸쳐 장악을 시도해온 격전지이며, 러시아 사망자만 수천명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 소식은 러시아의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탄약 부족 등 러시아 국방부의 지원 부족을 이유로 오는 10일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이튿날 알려졌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전승절'인 9일까지 바흐무트를 점령하려고 다른 전선에 배치됐던 바그너 용병을 바흐무트 전선에 추가 투입하고 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군에 혼란을 주기 위한 가짜 정보일 수 있다는 의심이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예고하면서 동부 전선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BBC는 우크라이나의 공격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러시아가 80% 정도를 장악한 자포리자 지역을 꼽았다. 러시아가 내세운 자포리자 주지사는 지난 5일 전선 인근 마을에 대피령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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