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변론서 원고의 무고 주장하다 경고받아…배심원단 9일부터 숙의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27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한 민사 재판 일정이 배심원단의 평결만을 남긴 채 마감됐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원고와 피고 측 변호인이 최후변론을 종료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시작된 공판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동영상으로 무죄를 주장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조 태커피나 변호사가 나서서 배심원단 설득을 시도했다.
태커피나 변호사는 원고인 E. 진 캐럴(79)의 성폭행 피해 주장은 회고록을 팔고, 반(反)트럼프 정서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이번 재판에서 원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한 증인들에 대해 "직접 경험한 기억에서 나온 증언이라기보다는 모두 원고가 쓴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라며 증인들이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고와 증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 거짓말을 꾸며냈다는 발언도 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소송을 한 것은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운동을 주도하는 조지 콘웨이의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별다른 근거 없이 제기된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배심원단에게 "저 발언은 무시하라"고 언급한 뒤 태커피나 변호사에게 경고를 보냈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변호사인 마이크 퍼레라는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거짓으로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퍼레라 변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은 (성폭행 여부와 상관없이) 표를 던진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거짓말을 꾸며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 한 번도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피해자와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가 유죄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배심원단은 9일부터 평결을 위한 숙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법률적으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판단하는 것은 성폭행이 아닌 폭행이 있었는지 여부다. 미국 법률상 폭행은 원치 않는 신체접촉부터 성폭행, 상해까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 원고인 캐럴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도 배심원단이 판단한다.
앞서 트럼프는 캐럴이 지난 2019년 비망록에서 처음 성폭행 피해를 주장했을 때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 "그 여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 주장은) 사기이고 거짓말"이라고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도 피소됐다.
만약 배심원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를 인정할 경우 피해보상액과 징벌적 배상액도 산정하게 된다.
뉴욕 시민 9명이 선정된 이번 재판의 배심원단은 남성 6명과 여성 3명의 성비로 구성됐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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