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 바그너 수장 "러군서 탄약공급 시작됐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비한다며 주민 대피령을 내린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에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자포리자주 등 러시아 점령지의 대피령이 물품 부족 등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지역 주민은 NYT와 인터뷰에서 주유소에서 기름이 바닥나고 슈퍼마켓에서 물건이 동났으며,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자포리자주 카미안카-드니프로브스카에 사는 안드리(38) 씨는 "그들(러시아군)이 병원들에서 사람들을 내보낸 뒤 장비를 가져갔다"며 "그들은 병원들을 폐쇄한 뒤 그 이유와 폐쇄 기간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자포리자주 도시 폴로히 주민인 할리나(58) 씨는 러시아 당국이 지난 5일 갑자기 학기를 끝낸다고 발표했고 주민들은 들고 갈 수 있는 물건들만 챙겨서 버스에 탔다고 말했다.
특히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근로자들이 대부분 사는 에네르호다르가 대혼란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NYT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 에네르호다르 망명 시장인 드미트로 오를로프는 7일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주민 대피령이 극심한 공포를 불러왔다며 병원 장비가 약탈당하고 의약품값이 크게 올렸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 5일 자포리자주 내 18개 도시령에 대피령을 내렸다. 자포리자주 친러시아 행정부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어린이 600명을 포함해 1천600여명이 자포리자주에서 대피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 교전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라파엘 그로기 IAEA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자포리자 원전 상황에 대해 "점점 예측할 수 없고 잠재적으로 더 위험해지고 있다"며 심각한 핵사고를 예방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럽 최대의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은 작년 3월 러시아가 점령했고 현재 6개 원자로가 모두 가동을 멈춘 상태다.
그동안 원전 주변에서 포격 등 군사 활동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봄철 대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전 우려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바흐무트에서 전투가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민간 용병 기업인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8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음성 메시지에서 "오늘 바그너 그룹은 130m까지 진격했다"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예비 자료에 따르면 우리는 (러시아군으로부터) 탄약을 제공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내 2.36㎢에 갇혀 있는 상태라고도 주장했다.
지난 5일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의 탄약 지원 부족을 이유로 이달 10일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가 7일 "러시아군으로부터 탄약을 더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잔류를 시사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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