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시제 6호기·폴란드 수출용 FA-50GF 생산중
미티어·AIM-2000 공대공 무장 장착 시현 최초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금 보시는 기계로 KF-21의 동체를 결합하는데 오차는 1천분의 1인치입니다. 감이 잘 안 오시죠? 오차가 A4 용지 두께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소립니다."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고정익동을 찾았다. 국제규격 축구장 3.5개 넓이인 이곳에서 한국 공군의 미래를 책임질 KF-21 '보라매'와 한국 방위산업의 효자로 떠오른 FA-50이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형상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조립이 진행된 기체는 KF-21 1기와 FA-50 7기였다.
KF-21 1기는 마지막 시제기가 될 시제 6호기로 다음 달 초도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FA-50 7기 중 4기는 폴란드로 수출될 FA-50GF(갭필러·Gap Filler) 9·10·11·12호기다.
KAI는 지난해 9월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12대는 GF버전으로, 36대는 폴란드의 요구를 반영한 FA-50PL 버전으로 수출한다.
갭필러는 신형 무기 도입 전까지 공백을 메우는 용도라는 의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커진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폴란드의 요청에 따라 올해 내로 12기가 모두 납품될 예정이다.
반면, 2025년부터 납품될 FA-50PL은 최신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미국산 AIM-9X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다. 또 공중급유 기능과 300갤런(약 1천136ℓ) 상당의 연료탱크가 추가되는 등 최고 사양의 FA-50으로 거듭나게 된다.
KAI는 폴란드 수출 성공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미 해·공군의 훈련기 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미 해·공군의 훈련기 사업 규모는 최대 500여대에 달할 전망이다.
KF-21과 FA-50은 고정익동에 설치된 최신 설비의 도움을 받아 생산된다.
예를 들어 KF-21은 동체가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동체를 정확히 결합하기 위해 동체자동결합체계(FASS)라는 장치가 사용된다.
FASS는 레이저로 동체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유압 기둥을 움직여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그 결과 결합 오차를 A4 용지 4분의 1 두께인 1천분의 1까지 줄였다.
탄소 복합재질인 KF-21의 주익과 동체를 결합하기 위해서는 약 3천400개의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이 작업에는 WJDS라는 자동화 장비가 사용된다.
이성휘 KAI 고정익생산실장은 "WJDS를 이용하면 25초 만에 구멍을 하나 뚫을 수 있지만, 수작업으로 하면 구멍 하나 뚫는데 2분 30초가 걸릴 뿐 아니라 힘들어서 10분을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WJDS의 드릴은 공업용 다이아몬드로 이뤄져 있는데, 구멍 500개를 뚫고 나면 다이아몬드 드릴이 무뎌져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KF-21의 날개가 단단하다는 소리다.
현재 조립 중인 KF-21은 1기뿐이지만, 내년 중 KF-21의 양산 계약이 체결되면 KAI는 고정익동에 KF-21 생산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 경우 KF-21은 연간 2∼3기, FA-50은 4기가량 생산 가능할 전망이다.
생산 라인을 둘러본 후 KF-21 시제 1호기에 미티어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AIM-2000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더미(형상과 무게가 같은 모형)를 장착하는 무장 시현이 이어졌다.
KF-21에 무장을 장착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F-21 동체 하부에 미티어를 장착하는 데는 약 5분, 날개 끝부분에 AIM-2000을 장착하는 데는 약 3분이 걸렸다. 실제 공군에서 운용할 경우 이보다 빠르게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미티어를 장착한 KF-21 동체 하부는 반매립 무장창이 설치돼 있어 미사일의 약 3분의 1가량은 동체 내부로 들어가게 돼 있다.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는 면적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KF-21은 동체 하부의 반매립 무장창 4곳과 양 날개에 각각 2곳씩, 최대 8발의 공대공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 향후 공대지 전투 능력을 구비할 경우 양 날개에 각각 1발씩 무장이 추가된다.
고정익동 외부에는 격납고 6곳이 설치돼 있었다. 그중 한 곳에서 FA-50 시제 3호기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사천 제3훈련비행단과 연결된 활주로를 통해 이동했다.
곧이어 KF-21 시제 4호기가 웅장한 엔진음과 함께 존재를 드러냈다. KF-21에는 미국 GE사의 F414 엔진 2대가 장착돼 있어, 단발 엔진인 FA-50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엔진음이 컸다
KF-21 시제 4호기는 격납고에서 나와 약 200m가량 이동한 후 취재진 앞에 정지했다. 시제 4호기를 몬 차명수 KAI 수석시험조종사는 현역 시절 F-16과 FA-50을 조종했다.
그는 단발 엔진인 F-16과 FA-50과 비교할 때 KF-21은 훨씬 추력이 뛰어나고 비행 성능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비행 정보를 아날로그 계기판 대신 디지털 화면으로 구현한 풀글래스 조종석을 예로 들면서 "과거 제가 탔던 비행기보다 훨씬 진보된 부분이고, 최신의 전투기인 F-35 수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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