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마약 수출 포기 조건으로 시리아에 '보상금' 제안"
제재 해제 협상카드로 쓰일 우려…"시리아 정권 통제 능력 한계"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시리아의 아랍연맹(AL) 복귀를 결정한 아랍 국가들의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는 마약 '캡타곤' 문제다.
'IS 마약' 또는 '지하드(이슬람 성전) 마약'으로 불리는 캡타곤은 서방 제재를 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이 돼 왔다.
암페타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이 마약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고, 복용하면 두려움과 피로감을 줄여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전투에 나서는 소속 대원에게 복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수년간 캡타곤은 중동은 물론 아시아·유럽까지 확산했다. 이는 아랍 국가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요르단은 지난 8일(현지시간) 시리아 국경 지역의 마약 생산 공장과 밀매 거점을 공습했다.
현지 소식통은 이 시설들이 친이란 민병대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연계돼 있다고 전했다.
요르단의 고위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국경 지역 긴장이 매우 심각하다"며 "마약 거래상들은 단순한 갱단이 아니라, 시리아 정권과 친이란 민병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은 시리아 육군 정예부대인 제4기갑사단이 시리아 내 마약 제조와 수출의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대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동생이자 시리아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인 마헤르 알아사드가 지휘한다.
아랍 국가들은 시리아와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알아사드 정권이 마약 거래를 근절하기를 기대한다.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사우디가 마약 수출 포기를 조건으로 시리아에 40억 달러(약 5조3천억원)의 자금 제공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양국이 공식적으로 자금 제공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시리아가 마약 포기에 대한 보상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무장관은 지난 1일 몇몇 아랍국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캡타곤 문제는 미국의 제재 완화를 위해 아랍국이 얼마나 강한 압력을 넣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를 풀고 오랜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를 재건해야 마약·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메크다드 장관의 주장이다.
하지만 서방은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도 제재를 해제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미국·영국·유럽연합(EU)은 캡타곤 밀매와 관련해 알아사드 정부의 핵심 인사를 추가 제재했다.
아랍연맹은 지난 7일 시리아의 복귀를 결정하면서 마약·난민·테러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외신은 시리아가 마약 관련법 제정·단속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겠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싱크탱크 카네기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지 알리 연구원은 "원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알아사드는 아랍국들과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시리아 내 러시아, 이란, 민병대의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정권의 통제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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