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최소폭 상승…금리인상 효과 속 '여전히 높아' 지적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물가 지표가 나왔다. 그러나 아직도 물가가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4.9% 올랐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소폭 상승이라고 노동부는 전했다. 지난 3월(5.0%)보다 오름폭이 다소 줄어든 것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5.0%)를 소폭 하회한 결과다.
전년 대비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를 돌파한 이후 10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갔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라 지난 3월(0.1%)보다 상승률이 확대됐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시장 전망치와 일치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4% 각각 상승했다.
지난달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은 주택 임차료를 비롯한 주거 비용이다. 4월 주거비는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8.1% 각각 올랐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거비 상승이 전체 근원 CPI 상승분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 외에 중고차 가격도 전월보다 4.4%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 물가는 지난달 다시 고개를 들었으나, 식료품 물가는 전월 대비로 두 달 연속 변동이 없었다.
휘발유 가격이 전월보다 3.0% 급등한 여파로 에너지 물가지수는 0.6% 상승했다고 노동부는 전했다. 다만 천연가스(-4.9%)와 연료유(-4.5%) 등 다른 에너지 가격의 하락으로 오름폭은 제한됐다.
에너지 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였던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7.7% 급락한 수준이고,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7.7% 높아진 상태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둔화하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0연속 금리인상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마지막 인상이 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연준 목표치(2%)의 2배를 훌쩍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예상대로 에너지 물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원 물가가 더디게 내려간다는 사실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우려하는 시각에 무게를 싣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 상승세의 고착화를 가장 염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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