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미러, 해리 왕자 등 휴대전화 해킹 의혹 재판 시작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영국 왕실과 결별한 해리(38) 왕자의 휴대전화를 해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가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했다고 인정하면서 사과했다.
데일리 미러를 발행하는 미러 그룹 뉴스페이퍼(MGN))는 런던에서 해리 왕자의 휴대전화 해킹 의혹에 대한 재판이 열린 10일(현지시간) 이같이 밝혔다고 BBC 방송, AP·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MGN은 런던 고등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한 진술서에서 과거 해리 왕자와 다른 연예인 3명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일들에 관해 "전적으로 사과한다"며 재발 방지와 보상을 약속했다.
MGN은 2004년 해리 왕자가 런던 나이트클럽에 갔을 때 사설탐정을 기용했던 사례를 불법 정보 수집으로 인정했지만, 음성메시지를 도청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 일부 혐의는 공소 시효가 지났다고 선을 그었다.
해리 왕자 측은 데일리 미러, 선데이 미러, 선데이 피플 등을 보유한 MGN이 1996∼2010년 송고한 기사 148건에 휴대전화 해킹 등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보가 포함됐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MGN 편집국 간부와 고위 경영진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을 알고도 승인했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이를 적극적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해리 왕자 측 변호인은 "왕실 밖에서의 삶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겠다며 노골적으로 법에 어긋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라며 "누구도 이런 일을 당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7주간 열리는 재판에 해리 왕자는 6월 초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왕실 고위 인사가 법정에 나와 증언하는 것은 19세기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해리 왕자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이날 재판은 해리 왕자가 영국 타블로이드를 상대로 제기한 여러 소송 중 하나다.
해리 왕자는 데일리 메일 등을 보유한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ANL), 더선 등을 거느린 '뉴스 그룹 뉴스페이퍼스'(NGN)와도 휴대전화 해킹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찰스 3세 국왕의 차남인 해리 왕자는 지난 2020년 갈등을 빚어오던 왕실에서 모든 직을 내려놓고 아내 메건 마클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지난 6일 열린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에는 해리 왕자 홀로 참석했다. 메건 마클은 4살 난 아들 아치 생일을 이유로 불참했다.
해리 왕자는 대관식이 끝나고 버킹엄궁 테라스에서 군중과 인사하는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채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