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이슬라마바드·펀자브주 등에 배치…"강력 대응할 것"
"전 총리 지지자-경찰 충돌로 8명 사망"…시위대, 경찰 발포 주장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에서 임란 칸 전 총리 체포 후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격화하자 당국이 치안 유지를 위해 군병력을 본격적으로 동원하기 시작했다.
11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군은 전날 내무부의 공식 승인 후 수도 이슬라마바드, 펀자브주, 카이버·파크툰크와주 등에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
인도 PTI통신은 파키스탄 군이 이밖에 서부 발루치스탄주에도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4개 주와 1개 연방 직할지 등으로 구성돼있어 사실상 파키스탄 전역에 군 병력이 투입된 셈이다.
군 홍보기관인 ISPR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번 소요 사태는 파키스탄 역사에서 어두운 장(章)을 펼치게 했다며 "군·국가 시설에 추가 공격이 있을 경우 강하고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9일 칸 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된 후 야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 당원 등 그의 지지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경찰차 수십 대를 불태웠고 일부 언론사와 경찰서도 습격해 불을 질렀다. 군사도시 라왈핀디의 육군본부는 물론 라호르에 있는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사저도 공격받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경찰도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대응했고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8명 이상이 총격 등으로 숨졌다고 EFE통신은 병원 관계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칸 전 총리 지지자들은 경찰이 시위대를 겨냥해 발포했으며 수백명이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샤리프 총리는 전날 오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공공 시설물에 대한 공격은 테러 행위이며 국가에 대한 증오 표출"이라며 시위대의 행동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샤리프 총리는 적들의 범죄적 의도를 분쇄하겠다며 법질서를 자의적으로 무시한 이들은 본보기로 처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의 소요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도 우려를 드러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전날 파키스탄의 모든 정당을 향해 폭력 중단을 요청했다고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밝혔다.
2018년부터 집권한 칸 전 총리는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격받다가 지난해 4월 의회 불신임으로 퇴출당했다.
이후 칸 전 총리는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음모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시위 등을 통해 조기 총선을 요구해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유세 도중 괴한의 총격으로 다리를 다치자 현 정부와 군부가 자신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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