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 국수주의 여권, 영화 지지…야권 "종교적 조화 파괴" 비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내년 총선을 앞둔 인도 정치권이 '이슬람국가(IS) 신부'를 소재로 삼은 자국 영화를 놓고 찬반 갈등을 빚고 있다고 NDTV 등 인도 매체와 외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S 신부는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IS의 조직원과 결혼한 여성을 말한다.
문제가 된 영화는 최근 개봉한 '케랄라 스토리'다.
이 영화는 꾐에 빠져 이슬람교로 개종한 후 IS에 가담한 케랄라주의 힌두교도와 기독교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도 남부에 있는 케랄라주는 공산당 등 좌파 야권이 집권한 곳으로 다른 인도 지역과 달리 무슬림(27%)과 기독교도(18%)의 비중이 크다.
14억 인도 인구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힌두교도의 비중은 80%에 달하며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비중은 각각 14%와 2%에 그친다.
이 영화가 개봉되자 힌두 국수주의 성향의 여당 인도국민당(BJP) 측은 크게 환영하고 나섰다.
극우 힌두교도들은 그간 무슬림들이 다른 종교를 믿는 여성에 대해 결혼 등을 통해 강제 개종을 시도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개봉된 이 영화가 '무슬림의 음모'를 잘 부각했다고 여긴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최근 지방선거 유세에서 이 영화를 거론하며 "사회 내 테러리즘의 결과를 잘 드러내려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힌두교 승려 출신인 요기 아디티아나트 우타르프라데시주 총리는 이 영화 상영에 대해 면세 혜택까지 줬다.
정치 전문가 사이에서는 모디 정부가 내년 총선이 다가오자 지지 세력 결속을 위해 야권과 무슬림 등 소수 집단에 대한 통제 수위를 높이고 힌두 국수주의 확산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야권 정치인들은 '케랄라 스토리'가 정치적 선전물에 불과하며 이슬람 공포증을 퍼뜨리는 등 종교적 조화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당이 집권 중인 동부 웨스트벵골주는 해당 영화에 대해 "평화와 질서에 위협이 된다"며 상영 금지 결정을 내렸다.
남부 타밀나두주의 복합상영관 대표자 협회도 시위 발생 등을 이유로 이 영화의 상영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야권은 '케랄라 스토리'의 티저 영상 등에서 언급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해당 영상이 케랄라주에서만 3만2천명의 여성이 IS에 합류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라는 것이다.
케랄라주의 한 경찰 관계자는 BBC뉴스에 "2016년 이후 이슬람교로 개종한 후 IS에 합류한 케랄라주 여성의 수는 10∼15명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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