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안에 없는 행성 이해 실마리 마련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보다 질량이 훨씬 크지만 천왕성보다는 작은 '미니해왕성'은 우리은하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외계행성이지만 태양계 안에는 비슷한 행성이 없어 상대적으로 밝혀진 것이 적다.
하지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지금까지는 들여다보지 못했던 수증기로 가득한 미니해왕성의 대기를 관측하는 데 성공해 이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다.
11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메릴랜드대학의 외계행성 천문학자 엘리자 켐프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니해왕성 '글리제(GJ) 1214 b'를 관측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GJ 1214 b는 지구에서 약 40광년 떨어진 뱀주인자리에서 M형 왜성을 도는 대형 가스행성으로 지난 2009년에 항성 앞을 지나는 천체면 통과 때 별빛이 줄어드는 것을 통해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행성 전체가 연무나 구름층에 완전히 덮여 있어 대기 관측이 가능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GJ 1214 b 행성의 대기를 통과한 별빛을 분석하는 전통적인 관측 방식에 더해 웹 망원경의 중적외선장비(MIRI)로 행성이 항성 뒤로 들어가기 직전과 뒷면을 돌아 나온 직후 등을 관측해 '열지도'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이 열지도는 행성의 낮과 밤면의 온도 변화를 드러냄으로 대기 성분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됐다.
낮과 밤면의 온도는 279℃에서 165℃로 바뀌었는데, 이런 큰 온도 변화는 물이나 메탄 등과 같은 무거운 분자로 구성된 대기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GJ 1214 b 대기가 가벼운 수소 분자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는 GJ 1214 b가 물이 많은 상태로 출발했을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켐프톤 박사는 "GJ 1214 b가 수소가 풍부한 대기를 갖고 출발했다면 많은 양의 수소를 잃은 것이거나 처음부터 얼음이나 물이 풍부한 더 무거운 물질로 형성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J 1214 b 온도는 지구 기준으로는 높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낮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행성 대기가 항성의 빛을 흡수해 뜨거워지기보다는 상당 부분을 반사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로버트 젤렘 박사는 "지난 10년 가까이 우리가 이 행성에 관해 아는 것은 대기에 구름이나 연무가 끼어있다는 것이 유일했다"면서 이번 논문은 행성 대기 안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물리현상을 들여다보는 함축적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연구팀은 GJ 1214 b 행성이 대양을 갖기에는 너무 뜨겁지만, 수증기 형태의 물이 대기의 주성분일 수 있다면서 물을 가진 이 행성은 항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형성된 뒤 점차 별 쪽으로 가까이 다가서게 된 것으로 설명했다. GJ 1214 b는 현재 공전주기가 1.6일밖에 안 된다.
연구팀은 GJ 1214 b가 수분이 많은 대기를 갖고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메탄 성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미니해왕성 형성에 관한 보편적 결론을 내리는 데는 심층적인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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