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생방송서 "러·우크라 어느쪽이든 그만 죽기를" 중립적 태도
NYT "美·동맹국이 수백억달러 들인 분쟁에 무관심한 것"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CNN 생방송에서 60여분간 문답을 이어가며 관심을 집중시킨 가운데,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를 그대로 내비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재임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친러시아적 성향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돕기를 거부한 것은 2024년 대선 유권자들에게 냉엄한 선택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CNN 타운홀 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모두 만나겠다며 "둘 다 약점과 강점이 있고 24시간 이내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쪽이 승리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모두 그만 죽기를 바란다"며 즉답을 피했다. 현재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미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과 달리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이를 두고 NYT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수백억달러를 들인 분쟁의 승자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라며 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었을 때도 그는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를 올리지 않을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상호방위협정을 포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차기 공화당내 대선후보 경선 가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력한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이 이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영토 분쟁에 얽히는 것은 미국 국익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군사지원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의식한 듯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선거 때 우리가 어디에 있을지 누가 아는가"라며 "그때쯤이면 우리는 이미 승리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뉴저지 주지사를 지낸 크리스 크리스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CNN 타운홀 발언을 가리켜 "그는 겁쟁이이자 푸틴의 꼭두각시"라고 맹비난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가 승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면, 푸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사안에 다른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경선 출사표를 던진 애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형편없는 실수이고, 끔찍한 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는 자신이 대단한 협상가인 양 말하지만, '내가 대통령이라면 하루 만에 이 일을 끝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푸틴에게 '당신이 승리할 것이며 당신에게 협상력이 있다'고 말하는 꼴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 국방예산 상당액을 할애하는 것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급에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의원은 CNN에 출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외교정책을 결정하지 않은 것이 "충분히 똑똑하고 전술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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