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자국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기 위한 '대반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여건조성 작전'(shaping operations)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 방송은 익명의 미군 고위 당국자와 서방 당국자를 인용, 우크라이나군이 여건조성 작전을 개시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여건조성 작전은 적의 무기고와 지휘소, 기갑 및 포병전력 등을 타격해 지상군 진격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며, 대규모 연합작전 등을 앞두고 취해지는 표준 전술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작년 여름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를 수복하고 남부 헤르손주의 주도 헤르손시를 탈환하는 과정에서도 사전에 공습 등으로 전장 여건을 조성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CNN 방송이 취재한 미군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군이 계획한 공세가 본격화할 때까지 이러한 여건조성 작전이 며칠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서방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반격 작전에 나서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현재 가진 것으로도) 진격해 성공할 수 있지만, 많은 인명을 잃을 수 있다. 그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따라서 (서방의 군사원조가 도착하길) 기다릴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이 약속한 탱크와 장갑차 등 기갑장비 일부가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장비들이 "여러 집단으로 묶여서 도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건조성 작전은 적군을 혼란시키기 위한 목적을 띠는 경우도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예컨대 작년 하르키우주와 헤르손시를 잇따라 탈환한 과정을 보면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 일대에 전력을 집중하면서 정작 여건조성 작전은 헤르손에서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장사정 무기인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다연장로켓시스템)로 헤르손 지역의 교량과 탄약고, 지휘소를 난타한 반면, 하르키우에선 이러한 공격을 하지 않은 것이다.
어느 쪽이 진짜 목표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러시아군의 전력을 동부와 남부로 분산시키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하르키우주 거의 전역을 수복한 데 이어 11월에는 헤르손시마저 되찾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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