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관영언론…"성소수자 옹호 등 진보사상 혐오자들 끌어들이려"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가 수도 모스크바 외곽 지역에 보수 성향의 미국인과 캐나다인 이주민들을 위한 공동체 마을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외국인 이주자들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스크바 현지 법률회사 '비스타 이미그레이션'의 파트너 티무르 베슬란구로프는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베슬란구로프는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막한 국제법률포럼에서 "내년에 모스크바주가 러시아 이주를 희망하는 미국인과 캐나다인들을 위한 마을 조성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캐나다 출신) 약 200가구가 사상적 이유로 러시아로 이주하길 원한다"면서 "이 사업은 미래의 이주자들이 그 비용을 대지만, 사업 자체는 지역 정부와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인과 캐나다인들을 포함해 혈연적으로 러시아와 관련이 없는 외국인 수만 명이 러시아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론 서방 국가들에서 번지고 있는 진보적 사상의 확산을 들었다.
그는 서방에선 전통적 성 관념을 부정하는 극단적 가치들이 번지고 있다면서 "(이를 혐오하는) 많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민을 가고 있으며, 대상국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 중에는 러시아가 세계에서 유일한 기독교 국가로 남을 것이란 예언을 믿는 전통 가톨릭 신자들도 있다"고 했다.
이같은 러시아 언론 보도에 대해 뉴스위크는 아직 어떤 러시아 관리도 이 계획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국제 정치 전문가인 조지 아잔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마을을 보수주의자들로 채우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체 미국인) 3억3천만 명 중에서,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가혹한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자신들이 희생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미국인들로 모스크바 교외의 작은 거주지역을 채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관련하여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구 보수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사상을 앞장서 옹호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성소수자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을 승인하고, 개혁 성향의 조 바이든 미 대통령보다 골수 보수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매체는 또 러시아 관영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인 보도를 하고,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전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과 같은 우익 전문가들을 자주 소개한다고 전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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