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발 폭락사태 시총 13조 증발…금감원 장외파생 감독 구멍

입력 2023-05-14 07:07  

SG발 폭락사태 시총 13조 증발…금감원 장외파생 감독 구멍
9개 종목 시총 60% 가까이 사라져…증권주 시총도 4조 증발
금감원, CFD 위험 인지하고도 방치…"개인전문투자자 기준 대폭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로 관련 종목과 증권사 시가총액이 3주 만에 13조원 넘게 사라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장 안팎에선 금융감독당국이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 위험을 이미 인지하고도 방치해 화를 키웠다며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CFD 진입 문턱을 대폭 높이고 매매 주체 관련 정보 수집과 모니터링 강화, 불공정거래 차단을 위한 거래소 시장 감시시스템 개선 등을 주문했다.

◇ 폭락사태 3주간 시총 최대 80% 증발…증권주도 4조 감소
9개 상장 종목이 갑작스러운 대량 매물 출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그 피해는 순수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세방, 선광,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CJ 등 9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12일 기준 6조2천870억원으로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달 21일 15조3천665억원보다 9조795억원(59.1%) 감소했다.
이들 종목은 지난 달 24일부터 SG증권 창구에서 쏟아진 반대매매 물량에 하한가 행진을 지속하는 등 단기에 폭락했다.
코스피에서 자산 가치주로 꼽히던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등 3개 종목의 시총은 단 3주 만에 73∼81% 사라졌다.
대성홀딩스 시총은 지난 달 21일 2조원대에서 현재 3천8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인 선광 시총은 단기에 83% 가까이 증발했다. 다우데이타 시총 역시 1조6천680억원에서 5천845억원으로 65% 감소했다.
이들 9개 종목 폭락 사태의 불똥은 증권주에도 튀었다.
상장 증권주의 시총은 지난 달 21일 23조원대에서 지난 12일 19조2천억원대로 3조9천억원가량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실적 호전 소식에도 폭락 사태 여파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증권주 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 금감원 장외파생상품 감독 구멍 논란…'CFD 위험 알고도 방치'
시장에선 이번 폭락 사태로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주가조작 일당뿐 아니라 감독 당국도 부실 감독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주식 가격변동 위험에 투자해 차액을 얻을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가능하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9년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기준을 대폭 완화해 개인 투자자들이 CFD로 몰려들게 길을 열어줬다는 점과 장외파생상품 위험이 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감독 부실의 책임을 CFD 제도와 이를 취급한 증권사의 문제로만 돌리려고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의원은 "사태 발생 이후 금융감독원에 CFD 거래 정보와 위험 관리를 묻자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서 금감원은 작년 12월 런던사무소가 CFD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을 보고하면서 이미 문제 사례와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도 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문건에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CFD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사기·현혹, 규정 회피, 미인가 관계회사 활용 등 문제점이 있어 상당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비인가 CFD 회사 운영 집단은 유명인을 동원한 허위 광고로 투자가 시작되면 투자금액 증액 또는 차입 등 고위험 투자를 유인하거나 고객에게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전문투자자 신청을 유도하며 감시가 부족한 관계회사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한다고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이는 최근 폭락 사태로 수면 위로 드러나 구속된 라덕연(42) 대표 주도의 주가조작 의혹 세력과 유사하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일일이 파악하는 건 어렵지만, 당국이 이미 위험을 인지한 상태에서 발 빠르게 대응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2금융권 신용위험 가능성,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 등의 불안 요인이 산적한데 감독 당국의 위기의식은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12일 국내 금융기관들과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을 두고 정치권과 시장 일각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CFD 인가·요주의 리스트 관리"…"전문투자자 기준 대폭 높여야"
영국 FCA는 작년 12월 비인가 CFD 회사 운영, 불법·과장 광고 등을 통한 투자자 현혹, 고위험 투자 유인 등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주의를 당부했다.
투자자들에겐 안내문을 배포해 CFD에 투자할 때 FCA 홈페이지를 통해 인가업체 여부와 요주의 리스트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또 전문투자자 지위 취득 또는 해외 CFD 업체를 경유할 때는 FCA의 소매투자자 대상 소비자 보호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유의점도 소개했다.
아울러 FCA는 CFD 운영사에 감독 서신을 발송해 FCA가 주목하고 있는 CFD의 위험 요인을 점검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의 CFD 시장 진입 문턱을 대폭 높이는 한편 금융회사들이 매일 한국거래소 장외파생상품 거래정보저장소(TR)에 보고하는 정보 대상을 잔고뿐 아니라 실거래 내역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이뤄진 신종 불공정거래 조기 적발을 위한 감시시스템 강화도 주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외파생상품은 고수익 고위험으로 전문투자자가 되면 소비자 피해 구제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기준을 금융투자상품 잔고 5천만원 이상에서 최소 1억원 이상으로 대폭 높여야 한다"며 "CFD 투명성을 높이고 신종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기 위해 시장 감시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indi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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