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고리 먼지 분석 결과…"고리 생성 과정은 여전히 수수께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태양계 행성을 이루는 천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로 꼽히는 화려한 토성 고리들의 나이가 4억년 이내로 토성 자체 나이(약 45억년)보다 훨씬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CU 볼더) 대기·우주물리학 연구소(LASP) 사샤 켐프 교수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토성 주변의 먼지들을 분석해 고리들이 4억년 이내에 형성됐다는 강력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16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처음 발견한 토성의 고리들은 지난 400년 이상 과학자들을 매료시켜 왔지만 이 고리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고리가 수많은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도 1800년대 스코틀랜드 과학자 제임스 맥스웰에 의해서였다.
연구진은 토성 고리의 나이를 밝혀내는 것과 관련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먼지'를 분석해 100년 이상 과학자들을 괴롭혀온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 밝혔다.
켐프 교수는 작은 암석 알갱이들이 거의 일정하게 항상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를 통과해 흘러가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는 토성 고리를 구성하는 얼음 같은 행성 구성 물체에 얇은 먼지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토성 주변을 비행하며 탐사 활동을 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에 탑재된 우주먼지 분석기(CDA)를 이용해 토성 주변의 우주 먼지들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장치가 13년간 채집한 토성 밖에서 온 우주먼지 알갱이는 163개에 불과했지만, 이것만으로도 토성 고리의 나이를 밝히는 데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얼음 알갱이에 먼지층이 얼마나 빨리 쌓이는지 분석하는 방법으로 토성 고리의 나이를 역 추정했다. 집에 들어가 탁자에 쌓인 먼지를 손가락으로 만져보고 얼마나 오래됐는지 가늠해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켐프 교수는 "고리를 집의 카펫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깨끗한 카펫이 깔려 있다면 카펫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토성 고리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토성 고리에 쌓인 먼지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고리에 먼지가 쌓인 기간은 불과 4억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성 고리의 나이가 토성과 같은 시기에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해온 것과 달리 훨씬 어리다는 의미다.
켐프 교수는 "토성 고리 나이는 대략 알게 됐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며 "고리들이 처음에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갈보다 크지 않은 수많은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진 7개의 토성 고리는 토성 표면에서 27만2천㎞ 떨어진 곳까지 펼쳐져 있고, 무게를 모두 합치면 토성의 위성 미마스(지름 390㎞)의 절반 정도와 맞먹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위해 더 정교하게 설계 제작한 먼지 분석기를 2024년 발사될 NASA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 탐사선에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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