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한도 협상 주목…경기침체·추가긴축·은행위험 등 혼재"
"종목별 주가 차별화 기대…코스피 주간 2,420∼2,550 변동 예상"
"코스피 2,400에선 가격 매력…짧은 순환매 속 박스권 등락"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점차 식어가면서 지수가 다소 후퇴했다.
시장 전반에서 경기 침체 등 여러 변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수는 박스권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흐름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를 보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2일 2,475.42로 일주일 전인 지난 4일 2,500.94보다 1.02%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845.06에서 822.43으로 일주일간 2.68% 하락하면서 낙폭이 더 컸다.
주 후반 경기 침체 우려에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으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 한 주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개인이 6천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매물 부담을 줬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우위를 보였으나 각각 2천380억원과 3천8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이 2천800억원어치 순매도한 매물을 개인과 기관이 고스란히 받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국내 증시에선 나라 밖 악재가 더 위세를 떨치고 있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과 지역은행 위기 고조, 경기침체 우려 등의 요인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특히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미국 정치권의 부채한도 협상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연방 정부의 현금이 다음 달 첫 2주 동안 바닥을 드러낼 위험이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미정부가 분기 세수와 긴급 조치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기는 7월 말까지로 예상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세가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서 추가 긴축 가능성이 여전한 점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 선물시장의 투자자들은 6월 금리 동결 확률을 80% 이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일각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1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중앙은행(ECB) 주최로 열린 금융 시스템에 관한 연례 심포지엄에서 "물가상승률이 계속 높고 노동시장이 긴축적일 경우 추가 통화 긴축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12일 내놓은 경제 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넉 달째 경제를 둔화 국면으로 진단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는 주택경기가 전반적인 경기 순환을 주도해왔다"며 "미국에선 최근 건설지출이 줄어들고 있어 경기 사이클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은행권 신용 위험 우려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는 생산과 투자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하반기 대외부문이 소폭 개선되며 상저하고 흐름을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15∼19일) 증시에선 미국의 가계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지난 4월 소매 판매 등 주요 경제지표 결과가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시에서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관측된다. 21일에는 한·미·일 정상회담도 개최될 예정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경제지표와 연준위원 발언, 미국 부채한도 협상 등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변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경기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연준위원들의 발언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출 수 있으며 미국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탈(脫)중국 가속화 등 지정학적 변수가 증시에 작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시 내부적으로 보면 막바지에 접어든 1분기 실적발표기간(어닝시즌)에 개별 종목별로 실적 결과에 주가가 움직이는 차별화 장세가 지속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증시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미국 부채한도 협상, G7 정상회의 전후 불거질 수 있는 미·중 갈등과 같은 정치·외교적인 불안한 변수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코스피 변동폭으로 2,420∼2,550을 예상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증시가 상단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 박스권 장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증시가 올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 2019년 이익 횡보 구간에서 저점 대비 상승폭의 38.2%를 되돌리는 조정을 겪었다"며 "이를 현재 코스피에 적용한 수준은 2,400으로 가격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짧은 간격의 순환매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주도주가 압축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2차전지의 우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박스권에선 반도체보다 실적주가 우위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이벤트 일정(한국시간)은 아래와 같다.
▲ 15일(월) = 유로존 3월 산업생산.
▲ 16일(화) = 미국 4월 소매 판매와 산업생산, 중국 4월 산업생산·소매 판매·고정자산투자, 유로존 1분기 국내총생산(GDP).
▲ 17일(수) = 유로존 4월 소비자물가.
▲ 18일(목) = 미국 4월 기존주택 판매, 미국 4월 콘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 19일(금) = G7 정상회의(19∼21일).
indi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