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州는 대도시로, 대도시는 교외지역으로 불법입국자 떠넘겨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불법이민 위기가 남부 국경지대를 넘어 북부 대도시들로, 그리고 대도시 주변의 교외도시들로 확대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뉴욕타임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62·민주)은 전날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된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 중 일부를 2대의 버스에 실어 인근 교외도시들로 분산하기 시작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앞서 "뉴욕시가 '성역도시'를 표방하며 적극 수용한 불법입국자들을 교외도시에 떠안기려 한다"며 "결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애덤스 시장은 "이민자 위기로 뉴욕이 파괴되고 있다"며 최근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된 300명을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오렌지 카운티와 록아일랜드 카운티의 모텔로 이동시켰다.
두 카운티는 불법입국자 유입을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들을 수용하는 숙박시설에는 영업 중단 조치를 내리겠다"며 으름짱을 놓았으나 소용없었다. 이 중 한 곳은 이미 소송전에 나선 상태다.
애덤스 시장은 "뉴욕 시내에는 더이상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없다"며 "모든 비용은 뉴욕시가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시에는 지난 1년간 6만여 명, 지난주에만 4천200명에 달하는 불법입국자가 이송됐다고 시청 측은 밝혔다.
폴리티코는 "미국의 이민정책을 놓고 각 주정부가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뉴욕시는 이들에 대한 지원 부담을 인근 지자체와 나눌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불법적으로 미국 국경을 넘다 체포된 사람 수는 지난주 기준 하루 평균 1만1천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방역 조치의 하나로 발동한 '불법입국자 즉시 추방 조치'(타이틀 42)가 12일 0시를 기해 종료되면서 미국 국경에 더 많은 망명희망자들이 몰리고 뉴욕·워싱턴DC·시카고 등 소위 '성역도시'로 분산되는 불법입국자 수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애덤스 시장은 "하루 수천명씩 뉴욕에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64·민주)는 지난 9일 뉴욕주가 망명 희망자 지원을 위해 편성한 10억 달러(약 1조3천400억 원) 예산에 각 지방정부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아울러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방위군 500명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공화당 측은 "국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성역도시'들로 이송되는 불법이민자 수도 줄지 않을 것"이라며 "애덤스 시장이 불법입국자들을 교외도시들에 떠안기는 것과 남부 국경지대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성역도시'를 표방하는 민주당 주도의 북부 대도시들로 이들을 분산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마이클 롤러 연방 하원의원(36·공화·뉴욕)은 "애덤스 시장은 국경 인접 주들이 불법입국자들을 성역도시들로 보내기 시작하자 '도덕적 파산'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뉴욕시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괜찮은가"라고 꼬집었다.
록랜드 카운티 대변인은 "뉴욕시가 불법이민자들을 모텔에 장기 수용하려는 계획은 이 지역의 토지용도지정법(zoning law)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카고시도 '성역도시'를 표방하며 적극 수용한 불법입국자들을 슬며시 인근 교외도시로 분산하다 반발을 산 바 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60·민주)은 지난달 '불법입국자 포화상태'를 선언하고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65·공화)에게 이송 중단을 요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임 일주일을 앞둔 지난 9일 '도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정부와 연방정부에 인적·물적 자원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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