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 증인, 진술 번복…정권이 허위 진술 강요"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을 비난하다가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 수감된 필리핀 정치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13일 외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트로마닐라 문틴루파시 법원은 레일라 데 리마(63) 전 법무부 장관 겸 상원의원의 수뢰 혐의와 관련해 전날 무죄를 선고했다.
데 리마는 두테르테 재임 기간에 그가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을 강하게 비판한 인물이다.
두테르테는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전국 단위의 마약 범죄 소탕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총격을 가하면서 총 6천 명이 넘는 용의자들이 숨졌다.
이런 가운데 데 리마는 지난 2017년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 체포돼 구금됐다.
당시 사법당국은 그가 두테르테의 전임인 고(故)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 밑에서 법무장관을 지내던 시기에 마약상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데 리마는 2개의 다른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에 맞서 그는 두테르테 정권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자신에게 보복하기 위해 혐의를 날조했다고 주장하면서 법정 투쟁을 계속해왔다.
재판부가 데 리마의 수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검찰 측 증인의 진술 번복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전직 교정국장인 라파엘 라고스는 마약상으로부터 돈을 받아 데 리마에 건넸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들어 고위 관료들의 압력에 굴복해 거짓말을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데 리마는 판결 직후 "두테르테 정권이 나에게 씌운 조작된 혐의에서 벗어날 것으로 확신했다"고 밝혔다.
데 리마는 이번 판결로 자신에게 적용된 3개 혐의 중 2개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나머지 혐의와 관련해 무죄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수감된 상태로 지내게 된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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