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투자자만 CFD 가입 가능…일반인보다 무거운 투자책임
"불완전 판매보다 종목·한도 등 CFD 방만 운영이 문제"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근 SG증권발 폭락사태의 진원지로 거론되는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에 대해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자 업계는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사태'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CFD는 전문투자자 자격이 있어야 거래할 수 있는 고위험 장외파생상품이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논란이 생기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투자자는 일반금융소비자보다 무거운 자기투자책임이 부과된다.
다만 개인 고객의 전문투자자 신청 과정에서의 요건 충족 여부와 일부 증권사의 방만한 CFD 운영 방식 등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CFD 거래, 전문투자자 자격 있어야…불완전판매 성립 어려워"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부른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기 사건에 휘말린 펀드 판매사들은 부실 사모펀드를 판매하며 위험성 고지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에 증권사와 은행 등 판매사들은 투자원금 대부분을 보상해야 했다.
이번 주가조작 사건도 금융투자상품을 이용한 금융사기라는 점에서는 '펀드 사태'와 비슷하기에 증권사의 CFD 불완전 판매 논란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CFD 계좌가 비대면으로 개설됐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통한 상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충분히 설명이 안 됐을 수 있다"며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했다.
불완전 판매는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적합성 원칙(부적합한 상품 권유 금지), 적정성 원칙(상품이 부적합한 경우 그 사실을 고지), 설명의무 등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를 일컫는다.
그러나 CFD는 개인전문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필서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CFD 역시 금융투자상품으로 가입·계약절차상 제대로 된 위험성이나 거래내용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안 했다면 문제가 될 순 있다"면서도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의무나 적합성·적정성 원칙 등은 일반투자자에게만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반대해석상 전문투자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개인전문투자자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불완전 판매 여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FD를 판매한 증권사들도 일제히 '펀드 사태'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상품소개와 투자내용 설명을 판매사(증권사)가 진행하고 판매할 상품 선택도 판매사가 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및 펀드운용 모니터링 책임을 일부라도 제기할 근거가 있다"며 "하지만 CFD는 고객이 신용대출 서비스를 신청하면 대출금을 제공할 뿐, 종목 선택과 투자방법은 고객이 100% 스스로 정하고 주문을 넣는 것이기에 사모펀드와는 완전히 개념이 다르다"고 말했다.
◇ 개인전문투자자 신청 요건·과정 대폭 간소화…일부 '방만 운영' 지적도
2019년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개인전문투자자 문턱을 낮춘 이후 개인이 전문투자자 자격을 얻는 데 필요한 조건과 과정은 대폭 간소화됐다.
현행 규정대로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을 얻으려면 필수조건 1개와 선택조건 3개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기존 필수조건은 금융상품계좌 잔고가 5억원 이상이어야 했지만, 현재는 5천만원으로 낮춰졌다. 여기에 소득(연 소득 1억원 이상 또는 부부 합산 1억5천만원 이상)·전문가(해당 분야 1년 이상 종사한 회계사·변호사·감평사 등)·자산(부부합산 순자산가액 5억원 이상) 등 3가지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면 전문투자자를 신청할 수 있다.
전문투자자 인정 절차도 간소화돼 기존 금융투자협회 등록 절차가 폐지되고 개별 증권사가 요건을 심사한 뒤 인정하면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된다.
현재 개인전문투자자 신청 과정은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비대면으로도 쉽게 할 수 있다. 계좌 잔고는 자격신청을 접수하는 증권사에 계좌가 있는 경우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며, 선택조건이 '본인 연소득 1억원 이상'인 경우 각 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을 통한 홈택스 조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전문투자자 심사 신청을 마치고 나면 증권사는 콜센터를 통해 고객에게 유선으로 유의사항을 안내하기도 한다. 일정기간 통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신청이 취소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을 할 때 요건에 맞지 않는 개인이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전문투자자인 경우에는 CFD 불완전 판매 논란은 크게 불거질 수가 없고 오히려 전문투자자 등록을 할 때 정말 투자자가 맞았는지, 그 부분이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불완전 판매보다는 CFD가 가능한 종목과 거래한도 등에서 일부 증권사들이 방만한 운영을 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증권사가 전문투자자라고 해서 과도하게 CFD를 허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모 증권사는 CFD 거래규모는 크지만 미수금은 적게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만큼 내부적으로 관리를 해왔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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