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원, 70대 미국 시민권자에 간첩혐의로 무기징역 선고(종합)

입력 2023-05-15 15:31  

중국 법원, 70대 미국 시민권자에 간첩혐의로 무기징역 선고(종합)
홍콩언론 "오클라호마-광저우 친선협회 만든 사업가와 생년월일·이름 같아"


(베이징·홍콩=연합뉴스) 한종구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법원이 미국 시민권을 가진 70대 남성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쑤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15일 간첩 혐의로 기소된 존 싱완 렁(78) 씨에 대해 공개 재판을 열고 무기징역과 함께 정치권리 박탈, 개인 재산(50만 위안·약 9천600만원) 몰수를 선고했다고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밝혔다.
법원은 그가 간첩 혐의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홍콩 주민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2021년 4월 15일 간첩 활동에 종사한 혐의로 장쑤성 쑤저우 국가안전국에 체포됐다.
쑤저우 법원은 렁씨의 홍콩 신분증과 미국 여권 번호를 공개했으나 추가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04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한 기사에 홍콩 태생으로 렁씨와 같은 이름, 생년월일을 가진 미국 기반의 사업가가 중국과 미국 지방정부 관리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에는 렁씨가 1985년 미국 오클라호마와 중국 광저우 간 친선협회를 만들었고 "중·미 무역과 문화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시작했으며 미국 지방 정부 관리들과 해외 사업가들의 중국 투자 방문을 반복해서 초청하고 조율해왔다"고 소개했다.
SCMP는 렁씨가 고위 관리들이 참석한 행사들에서 찍힌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렁씨에 대한 선고는 중국이 최근 간첩법을 개정하고 방첩 활동을 강화한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지난달 말 간첩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의 반(反)간첩법을 개정했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어떠한 정보를 넘기는 행위도 금지하는 이 법은 간첩죄에 대해 징역 10년에서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게 했다.
또 비밀 정보를 넘기는 구체적인 행위가 적발되지 않아도 교류가 있는 기관이나 인사가 '간첩' 또는 '간첩 대리인'으로 규정될 경우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지난 3월 중국 당국은 일본 아스텔라스제약의 50대 일본인 직원을 간첩 혐의로 베이징에서 구속했다.
또 지난 8일 중국 관영매체들은 당국이 외국 컨설팅회사 캡비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중앙TV(CCTV)는 캡비전이 중국에서 민감하게 여겨지는 산업과 관련해 외국 정부와 군, 정보기관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외국 회사들로부터 컨설팅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고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고 밝혔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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