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이미 극심한 빈곤 상태에 처한 아프가니스탄이 올해 거대한 '모로코 메뚜기' 떼의 출현으로 밀 수확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4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활동하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아프가니스탄 대표 리처드 트렌차드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트렌차드 대표는 올해 거대한 모로코 메뚜기 떼가 출현해 아프간 밀 생산지인 북부 8개 주(州)를 휩쓸어 이미 수백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가니스탄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모로코 메뚜기는 지구에서 가장 철저하게 식물에 해를 입히는 해충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FAO는 모로코 메뚜기 떼가 임목, 목초, 식용작물 등 아프가니스탄에서 자라는 150여개 종(種)의 식물을 먹어 치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트렌차드 대표는 메뚜기 떼가 올해 발생하면 100만t 이상의 밀이 손실될 수 있다면서 이는 연간 아프간 밀 수확량의 최다 25%에 달하고 최대 5억 달러(약 6천700억원)의 경제적 피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역사회, FAO, 비정부기구(NGO), 물리적 통제를 할 수 있는 당국이 함께 메뚜기 떼 발생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으나, 이런 노력이 너무 작은 규모거나 너무 늦어 메뚜기 떼 발생을 막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향후 수일 또는 몇 주가 지나면 성충 직전 애벌레 단계 메뚜기들이 성충 단계에 이르는 것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렌차드 대표는 올해 밀 수확량이 최근 3년간 가뭄 이후 가장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나 "메뚜기 떼의 출현으로 올해 생산량 증가분이 없어질 수 있고 결국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식량 불안정 상황이 극적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과거 아프가니스탄에는 강력한 메뚜기 떼 통제시스템이 가동돼왔으나,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한 2021년 8월 이후 2년간 관련 시스템이 상당히 훼손된 점도 메뚜기 떼 출현을 막을 수 없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인접국에서 메뚜기 떼 출현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방치하면 내년에는 메뚜기 개체수가 무려 100배나 급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탈레반이 정권을 다시 장악한 뒤 여성 차별정책을 펴서 더욱 악화했다고 유엔 보고서는 전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간 전체 인구 4천200여만 명 중 가운데 1천990만 명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해 있고 600만명은 기근 직전 상태에 내몰려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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