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차별철폐위 위원, 탈북여성 인권 지적…中 "북한 여성들 경제적 이유로 들어와"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세계 각국의 여성 인권과 권익 수준을 살피고 개선점을 따지는 유엔 기구가 중국의 현황을 심의하면서 탈북 여성들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를 현안으로 다뤘다.
북한이 아닌 중국을 대상으로 한 심의에서 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가 쟁점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일(현지시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따르면 이 위원회의 달리아 레이나르테 위원은 지난 12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중국 심사에서 탈북 여성과 그 자녀에 관한 문제를 놓고 중국 정부에 질의를 던졌다.
레이타르테 위원은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강제 추방당할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아이를 낳아도 추방 위험 때문에 사실상 출생 신고를 하기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중국인 아버지는 북한 어머니가 남한으로 갔거나 북한으로 다시 추방된 후에야 아이를 정식 등록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이는 모성을 박탈하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가 이렇게 등록돼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레이타르테 위원은 "자녀를 중국에 두고 북한에 강제 송환된 탈북 여성의 규모는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면서 북한 여성과 그 자녀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중국의 법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우선 중국은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당사국"이라면서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들어온 사람들은 난민 지위를 부여받을 수 없고 대부분의 북한 여성은 경제적인 이유로 중국에 왔다"고 답변했다.
유엔은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의 정례 보고서를 비롯해 여러 방식으로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처한 인권유린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 때문에 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강제결혼 피해 등을 겪고 있다는 점도 여러 증언을 통해 뒷받침된 인권유린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탈북 여성들을 대부분 '돈을 벌려고 들어온 사람들'로 파악하고 있으며 인신매매 등과는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셈이다.
중국 국적 업무 담당자는 외국 국적의 여성이 중국 남성과 결혼하면 혼인신고를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하기도 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이번 중국 대상 심의에서 탈북 여성 문제가 다뤄지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CEDAW가 지난 8일 연 비정부기구(NGO) 공청회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요안나 호사냑 부국장은 "중국 정부가 탈북 여성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아 인신매매에 더욱 취약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야기하며 이들 자녀의 인권마저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와 통일맘연합회,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등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도 지난달 CEDAW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재중 탈북여성이 직면한 심각한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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