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 소녀에게 보낸 편지, 57세돼 받아…발신인은 세상 떠나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유리병 속에 넣어 바다에 띄웠던 편지가 약 45년 만에 수신인의 손에 들어왔다.
16일(현지시간) 호주ABC 방송에 따르면 루크 해밀턴씨는 1개월 전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남쪽 왈라가 호수에서 유리병 하나를 발견했다. 왈라가 호수는 하구 호수로 밀물 때면 바닷물이 들어오기도 한다.
코르크 마개와 나사못으로 단단히 밀봉된 스카치 병 속에는 두 통의 편지가 담겨 있었다.
편지는 톰 워라는 선원이 1978년 7월 3일 컨테이너선 ACT 6호에서 쓴 것으로, 한 통은 병을 발견한 사람에게 또 다른 한 통은 마사 브리스터라는 12세 소녀에게 보내는 내용이었다.
편지에는 "사랑하는 마사, 만약 네가 이 편지를 읽는다면 기적이야. 하지만 태평양 중부에는 이런 편지가 더 많이 있어"라고 적혀있었다.
해밀턴은 선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장인에게 부탁해 브리스터를 찾았고, 편지를 전달했다. 57세가 된 브리스터는 결혼 후 성을 케이브로 바꿨으며, 현재 시드니의 워릭 팜 경마장에서 말 조련사로 일하고 있었다.
브리스터에 따르면 그는 7살에 영국에서 처음 워를 만났다. 워는 뉴질랜드에서 온 선원으로 잠시 영국에 머물 때면 브리스터의 집 근처에서 지냈다. 브리스터는 "워 씨는 나에게 매듭 묶는 방법을 보여주고 바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브리스터는 1976년 가족과 호주로 이민을 갔고 워와 만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워는 화물선을 타고 호주 인근을 지날 때면 브리스터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번에 브리스터에게 전달된 편지는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30해리(약 55.56㎞) 떨어진 곳에서 던져진 것이었다.
브리스터는 45년 만에 워의 편지를 받았지만, 워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스터는 워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그가 노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선원 생활을 그만뒀고, 후에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브리스터는 오랜 친구가 보낸 메시지가 수십 년 후에 발견된 것은 숨겨진 보물을 찾은 것과 같은 느낌이라며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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