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문화 첨병' 공자학원, 美대학서 90% 이상 퇴출…"안보 우려"

입력 2023-05-17 06:00   수정 2023-05-17 06:57

'中문화 첨병' 공자학원, 美대학서 90% 이상 퇴출…"안보 우려"
118→7곳 급감…"中정부 민감한 주제 공개발언 못하게 압력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중국 문화를 전파하는 첨병으로 불리며 한때 전세계 방방곡곡 수백군데에 문을 열었던 '공자학원'(孔子學院·Confucius Institute)이 미국 내 교육기관에서 대부분 퇴출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공자학원이 미국 상아탑 내 학문의 자유는 물론 국가안보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더해, 최근 양국간 첨예한 갈등 분위기까지 맞물린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 의회조사국(CRS)이 펴낸 미국 내 공자학원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메릴랜드대에 처음 상륙한 공자학원은 점차 불어나 2017년 118곳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22년 12월 기준 7곳으로 대폭 감소했다.
5년 사이 약 94% 이상이 퇴출된 셈이다.
이 시기 공자학원이 해외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요원을 모집하는 등 간첩 및 지적재산권 탈취 활동에 관여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일어났고, 캠퍼스 내에 공자학원을 뒀던 미국 학교들도 하나둘씩 계약을 해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부가 공자학원을 가리켜 "미국의 대학과 초중고에서 중국의 국제적 선전과 악의적 영향력 행사 운동을 진전시키는 단체"라며 이들 미국 센터를 중국 공산당의 외교사절단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등 각국 문화원을 본따 만들어진 공자학원은 초급 중국어 수업 및 학술 협력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이다.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 '1호점'은 2004년 한국 서울(공자아카데미)에 문을 열었으며, 이후 급속히 세를 불려 2020년 기준 160여개국에 560여개가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CRS는 프랑스 등 문화원이 통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공자학원은 자율성이 없다고 짚었다.
미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은 ▲ 학문 자유에 대한 우려 ▲ 미국 안보에 대한 잠재적인 중국 정부의 영향력 및 리스크 ▲ 중국어 프로그램 유지를 제한하는 법적 규제 ▲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이유로 공자학원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CRS는 "일부 연구에 따르면 공자학원 및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이 미국 대학의 교직원 등에게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에 대해 공개 발언이나 행사를 하지 않도록 직간접적 압력을 가했다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NASEM 보고서를 보면 공자학원이 스파이 활동이나 지적재산권 탈취 등과 관련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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