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 발사체선 못받는 좋은 자리 배정…우주사업 본격화 계기 만들 것"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누리호 3차 발사를 앞두고 누리호의 첫 손님이 된 위성 개발진들은 하나같이 발사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3차 발사는 우주발사체 시험 비행 성격이던 앞선 두 차례 발사와 달리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체가 제작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하는 사실상 첫 실전 발사다.
이번에는 주 탑재위성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부 탑재위성인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 민간기업 루미르, 져스텍, 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위성 등 총 8기가 실려 우주로 향한다.
◇ 차세대소형위성 2호 "다른 나라 발사체에선 배정받을 수 없는 좋은 자리 받았다"
"발사체 내부에 위성이 놓이는 위치에 따라 발사 환경이 많이 달라집니다. 누리호에서는 다른 나라 발사체에서 배정받을 수 없는 중앙 자리를 배정받았죠. 승차감이 좋다고 할까요?"
장태성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차세대소형위성 2호 사업단장은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중량 180㎏, 임무수명 2년으로 고도 550km 태양동기궤도에서 국산 소형 X-대역 영상레이더(SAR)를 이용해 지구를 관측하고, 우주 방사선과 우주 폭풍을 관측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SAR은 빛과 구름 영향을 받지 않고 주야간 지상 관측이 가능한 장비다.
이 위성은 개발 초기만 해도 타국 발사체를 이용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2019년 누리호 탑승이 결정되면서 첫 손님으로 이름을 올렸다.
장 단장은 "해외에서 발사하게 되면 아무래도 현지에서 준비해야 하니까 상당히 일이 많다"며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사체 개발진들과 소통도 원활한 것도 장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또 다른 장점으로 장 단장은 위성이 안정적 환경에서 우주로 갈 수 있는 점을 꼽았다.
해외 발사체로 발사할 때는 수십 기가 동시에 발사되는 만큼 소형 위성은 발사체 중심부처럼 진동 영향이 적은 좋은 자리를 배정받지 못하지만, 이번에는 가장 좋은 자리를 배정받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장 단장은 "한국형발사체가 구조적 안전성이 좋은 것도 안정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연구진은 2월부터 지상국 운영 리허설을 진행하는 등 발사와 관련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장 단장은 "앞서 나로호와 달리 이번에는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 기술로 우리 위성을 우리나라에서 발사한다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열리는 것"이라며 "좀 더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 우여곡절 끝 누리호 탑승 도요샛 "NASA 공식 문서에 처음으로 누리호 새겼다"
이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해외 발사체로 발사하면 국제 정세나 이런 걸 살펴야 하는 등 불안감이 크다"며 "이번 누리호 탑승이 지난해 10월 결정될 때는 이제 진짜 발사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왔다"고 말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과학위성 도요샛은 애초 러시아 소유스-2(Soyuz-2) 로켓에 탑재돼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발사가 무산된 이후 누리호 승객이 됐다.
도요샛은 10㎏급 큐브위성 4기가 편대 비행을 하며 우주 날씨를 관측하게 된다.
이 본부장은 "지상에서도 비가 얼마나 올지를 볼 수 있지만 연구하려면 구름에 기상 풍선을 보내거나 비행기를 보내야 한다"며 "우주 날씨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우주에 직접 위성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샛은 관측 자료를 이용해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연구도 수행한다.
이 본부장은 이번 공동연구가 미국이 한국의 우주개발을 보는 관점을 바꾼 사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도요샛을 누리호로 발사하는 것이 결정되자 미 국무부가 비확산 정책에 따라 협력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다가, 이번 윤석열 대통령 방미에서 결정된 협력을 계기로 전향적 태도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NASA와 협약서에 누리호라는 이름도 함께 넣었다"며 "NASA의 공식 문서에 누리호란 이름이 들어간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처음으로 큐브위성을 우주에 올리는 만큼 임무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국내에서 큐브위성이 올라가서 제대로 임무를 했다고 볼 만한 사례가 아직은 없는 만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누리호 첫 손님 된 민간기업들…"이번 계기로 우주산업 본격적 뛰어들 것"
누리호의 첫 손님이 된 민간 기업들은 이번 발사를 통해 확보한 우주 헤리티지(우주 발사 경험)를 바탕으로 우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목표다.
세 기업은 누리호 탑승이 지난해 11월 결정되면서 준비 기간이 4개월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모두 완성품 위성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루미르의 LUMIR-T1은 10㎏ 위성으로 우주 방사능을 측정하고 우주 방사능에 대한 오류 극복기능도 검증한다는 목표다.
오대수 루미르 이사는 "위성들이 우주 방사능 영향을 받아 순간적으로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큐브 위성에서 이런 기술을 검증하면 다른 국내 큐브위성에도 적용해 오랜 기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져스텍의 JAC는 해상도 4m 우주용 광학 관측 카메라를 탑재하고 영상을 얻는 게 목표다.
김용일 져스텍 대표는 "부품을 모두 회사에서 조달할 수 있는 '인하우스' 방식으로 만들었기에 짧은 시간에도 개발할 수 있었다"며 "위성을 주문하면 6개월 내 쏘는 걸 목표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 위성은 지표면 편광 관측을 통해 기상현상을 관측하고, 부피를 부풀려 저항을 높이는 기술을 통해 위성을 자체 처분해 우주쓰레기를 줄이는 기술도 실증한다.
김양수 카이로스페이스 본부장은 "수분을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카메라로 구름이나 저수지뿐 아니라 태풍을 보고 기상 관측을 관착하거나 자료를 연구기관에 공유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발사를 정부에서 무상으로 해줬기 때문에 학계에 데이터도 모두 무상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이번 발사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위성을 개발해 우주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목표다.
루미르는 150㎏ 무게에 해상도는 차세대 소형위성보다 15배 이상 좋은 0.3m급 SAR 위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오 이사는 "SAR위성으로 개발될 예정인 차세대 중형위성 5호에도 참여한다"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져스텍은 JAC 개발에 참여한 져스텍과 오스텍, 코스모웍스 세 기업이 협업해 위성 양산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코스모웍스에서 위성 양산을 준비하고 있고 올해 겨울에 위성을 한 차례 더 발사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3U급 위성 30~40대를 발사할 계획이고, 2026년에는 100kg급 소형위성 양산에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스페이스는 큐브위성 86기를 발사해 인터넷 서비스가 어려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공개했다.
김 본부장은 "스타링크 대비 10분의 1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통신 보안이 유지되는 비화통신도 구현해 통신 비즈니스까지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발사가 국내 우주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 우주 부품기술로 개발된 위성들이 누리호에 실려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헤리티지를 가지면 대외 홍보뿐 아니라 해외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며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도 한국이 이런 걸 할 수 있는 나라라는 특장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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