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국대사관에 우크라 연대 게시물 철거요구…"법률 지켜야"(종합)

입력 2023-05-17 17:22  

中, 외국대사관에 우크라 연대 게시물 철거요구…"법률 지켜야"(종합)
유럽 각국 대사관, 우크라 지지 홍보물…中 요구에도 철거 안해


(도쿄·베이징=연합뉴스) 박성진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자국 주재 외국 대사관 등에 우크라이나 연대 홍보물을 철거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17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0일 자국에 있는 대사관과 국제기구 대표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대사관과 국제기구 대표부는 외벽을 이용해 정치적인 선전을 하는 것을 중단하고 국가 간 다툼을 일으키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서방 대사관들이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는 홍보물을 내걸자 이를 문제 삼아 철거를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자국의 법률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홍보물 철거 요구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는 말에 "비엔나 외교관계 협약과 국제협정에 따라 각국 주중 대사관과 각 국제기구 주중 대표기구는 중국의 법률과 법규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각국 주중 대사관과 각 국제기구 주중 대표기구에 비엔나 외교관계 협약을 준수하며 직무를 수행할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에 있는 외교공관들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We stand with Ukraine)라는 글이 적힌 게시물을 대사관 입구나 게시판 등에 걸어놓고 있다.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주중 오스트리아 대사관은 자국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와 함께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문구의 대형 액자를 대사관 담벼락 곳곳에 걸어 놓았다.
인근에 있는 주중 슬로바키아 대사관도 정문에 영어로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라는 게시물을 걸어놓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슬로바키아 대사관은 특히 우크라이나 국기가 파랑과 노랑이라는 사실을 고려한 듯 게시물 바탕색은 파랑으로, 글씨는 노랑으로 표기했다.
주중 캐나다 대사관은 파랑과 노랑 바탕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뜻의 중국어(我們和烏克蘭在一起)를 적은 대형 액자를 담벼락에 걸어 놓았다.
주중 아일랜드 대사관도 정문 입구 게시판에 아일랜드 국기, 유럽연합기, 우크라이나 국기를 나란히 걸어 놓아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밖에 불가리아 대사관과 핀란드 대사관 등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각국 대사관은 통지문을 받은 뒤에도 우크라이나와 연대를 표시한 홍보물을 떼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은 "유럽 외교관은 '국가의 의사표시를 방해받을 합리적 이유가 없으며 통보에 따를 생각이 없다'고 중국의 자세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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