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강경파 트러스, 대만 지원 촉구…미국 "조만간 군사지원 제공"
중국 "위험한 정치쇼 말라" 경고…대만 봉쇄 무력시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국이 조만간 대만에 5억 달러(약 6천700억원) 규모의 무기를 지원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대만을 방문함으로써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에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두 사안 모두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주목된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현직 의원 신분인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는 전날 저녁 대만 타오위안공항에 도착해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의 영접을 받으면서 닷새 동안의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트러스 전 총리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사전에 대만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 등과 관련한 협력을 목적으로 서방이 중국에 온건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하고 중국 공산당 후원을 받는 영국 내 공자학원을 폐쇄하라고 주문하는 등 대(對)중국 강경파여서 중국이 주목해온 인물이다.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 차원에서 영국 고위급 인사의 대만 방문은 흔치 않았다. 트러스 전 총리는 1990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이후 대만을 방문한 영국 '최중량급' 인사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경제·안보 압박에 영국이 가세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수십 년 이래 최악인 가운데 트러스 전 총리의 대만 방문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트러스 전 총리는 대만 방문에 앞서 배포한 이날 대만 프로스펙트 재단 연설문을 통해 서방이 중국의 침략에 직면한 대만에 대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할 것이라고 밝혀 중국을 자극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지난달 초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대만 봉쇄' 무력시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와중에 대만이 트러스 전 총리의 방문을 반기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주영 중국대사관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러스 전 총리의 대만 방문을 "위험한 정치쇼"라고 비난하고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을 비호하고 지지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을 통해 현직 의원 신분인 트러스 전 총리의 대만 방문은 영국 정부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 "이후 야기되는 후과와 대가는 (영국 정부가) 함께 져야 한다"며 중국 당국의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중국이 '대만 독립 분자'로 낙인찍은 유시쿤 대만 입법원장(국회의장)의 15일 미 국회의사당 방문을 계기로 대만과 미국이 5억 달러 규모의 무기 지원 계획을 논의하는 점도 중국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미국의 긴급 무기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에 지속해서 무기를 발주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190억 달러(약 25조4천억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대만 인도가 지연돼 왔으며, 이번에 5억 달러어치 무기 인도가 우선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쿤 입법원장은 미 대통령이 비상시 의회 동의가 필요 없는 '대통령 사용 권한(PDA)'을 발동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메커니즘)을 통해 이들 무기를 인도해달라고 요청했으며, 필요한 무기의 우선순위를 미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국은 발끈하고 나섰다.
전날 탄커페이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미국은 민진당 당국과의 군사 연계를 끊임없이 강화하며 중미 관계의 근간을 흔들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며 "이것은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거나 무력으로 독립을 도모하려는 것은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민진당 당국과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엄숙히 알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군사훈련과 전쟁 준비를 계속 강화해 어떠한 형식의 대만 독립 분열과 외부 간섭 시도도 단호히 분쇄하고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혀 대응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럼에도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인도를 공식화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6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미중관계 투자 예산' 청문회에서 "미국은 조만간 대만에 대해 상당한 추가 안보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이어 "대만의 자체 방위를 위해 미국의 지원은 핵심적"이라면서, "정부는 이를 밀어붙이는 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국방 자원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해협에서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중국군의 군사훈련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만과 미국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추이가 주목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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