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협력 중요…한국·스위스 더 많은 교류 있었으면"
"스위스 방문한 尹대통령 만나 양자컴퓨터 협력 중요성에 공감"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조승한 기자 = "만약 양자과학 기술을 출발선과 결승선이 있는 경기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모두 아직 결승선보다 출발선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치고 나갈 시간은 충분합니다."
양자과학계 석학인 안드레아스 발라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교수는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양자 분야에서 십여년 먼저 시작해 앞서나간 국가들이 있지만, 양자기술이 도달할 목표를 생각하면 후발 국가들이 이 기술을 따라잡을 시간은 충분하고 실제로 일부는 따라잡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6차 한-스위스 과학기술혁신공동위원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 중인 발라프 교수는 "양자기술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가 간 협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했다시피 이 분야에서 우리 모두 출발선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더 협력할 수 있다. 누군가 이미 큰 결과물을 가지고 있다면 그 기술을 보호하는 데 더 신경 쓰겠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라며 "국가 간 협력이 더 이뤄진다면 모두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라프 교수는 취리히공대 양자센터 소장으로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학을 방문했을 때 '양자석학과의 대화'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취리히대가 양자공학 석사과정을 처음 만드는 등 이 분야에 역사가 깊기에 이를 소개하고 양자 과학기술에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대화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양자 기술이 계속 배양되기 위해서는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고, 기술을 상업화하는 스타트업 등 회사들도 필요하다"며 "특히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과정은 아주 쉽지 않은 길이기에, 이를 위한 협력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윤 대통령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과 스위스 간 양자 분야에서 더 깊은 논의들이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자과학이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에 관해 묻자 "양자과학이 기초과학에 머무르지 않고 응용과학임이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라며 "기초 연구에서 시작된 양자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대안이 나온 상태"라고 답했다.
양자 통신, 양자컴퓨터, 양자 센싱 등 양자과학의 응용 분야가 실제로 보이면서, 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관심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자컴퓨터가 전통적인 컴퓨터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분야에 관해 설명해달라고 하자 공항을 예로 들었다.
"한 공항에 수천 대의 비행기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어온다고 할 때 이들의 동선을 가장 효율적으로 최적화시키는 방안을 도출해내는 것은 아주 복잡한 수학적 접근법이 필요한데, 이 같은 계산에 있어서는 양자 컴퓨터가 종래 컴퓨터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기능할 수 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면 1, 안 들어오면 0이라는 이진법의 수를 조합해 계산하는 전통적인 컴퓨터와 달리 '0이면서 동시에 1'이라는 양자의 속성이 이처럼 복잡한 계산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요소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오류 발생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이 오류를 정정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발라프 교수는 이 양자 컴퓨터의 오류 정정에 관한 연구 결과를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하는 등 이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오류 가능성을 0에 가깝게 만들고자 한다면, 건물 크기의 양자 컴퓨터를 만들면 되겠지만, 어떤 특정한 작업에서 어느 정도 오류가 나도 괜찮은지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큐비트(양자컴퓨터의 기본단위) 사이즈를 맞추는 것"이라고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양자컴퓨터의 단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걸 쓴다'라는 단계라기보다는 '이 문제를 이걸로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기술적 접근 단계"라고 했다.
"컴퓨터가 처음 개발됐을 때 지금과 같은 활용을 생각하지 못하다가 그걸로 게임도 만들어보고 그래픽 작업을 하고 하는 식으로 활용의 폭이 점점 넓어졌던 것처럼 양자 컴퓨터도 그런 전철을 밟아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발라프 교수는 "기술적으로 슈퍼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는 5년 뒤, 늦어도 10년 뒤에는 유의미한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내가 학생일 때에 양자 물리학보다 입자물리학에 학생들의 관심이 더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양자물리학 쪽에서 더 많은 기회가 창출되고, 기초과학적 측면뿐 아니라 스타트업, 벤처 캐피탈에서도 많은 흥미를 갖고 있다. 학계, 재계, 또는 정부 쪽에서 기회도 다양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 아직 한국 학생은 없다며 "한국과 스위스 간 연구자들과 학생들이 더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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