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과의 연대 강화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가시화
미중 패권경쟁·북핵위협 고도화에 대응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오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의 강화라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외교 이벤트로 평가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은 패권 도전국 중국을 봉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은 핵심 동맹인 한국·일본과 함께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려 하는데, 그 중심기제가 3국 안보협력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더 촘촘하게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려면 집단 전선이 필요해졌고, 그 결과 동맹과 함께하는 새로운 안보·군사전략으로 나온 것이 통합억제라 할 수 있다.
미국 관점에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가 그만큼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문제로 호주 시드니에서 열릴 예정이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하면서도 한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일본 G7 정상회의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그리고 G7 주최국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한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일, 한일, 한미일의 안보 협력을 통한 억지력, 대처력 강화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지난 16일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다.
돌이켜보면 일본은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는 초기부터 철저하게 패권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중국 압박 전선에 함께하는 '밴드왜건'(bandwagoning) 외교 전략을 유지해왔다.
실제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처음 제안한 것은 2007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였다. 우여곡절을 거쳐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가 이를 수용했고,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확대 추진하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문재인 정부까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종의 위험회피(hedging·헤징) 전략을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실리주의 시각에서 어쩔 수 없는 전략이기도 했지만, 미국과 일본의 시각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측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12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역내 위협 대응과 평화 추구에서 미국·일본과 이전보다 긴밀히 연대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라는 표현을 명시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과 더 분명하게 보조를 취하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분석됐다.
남북 관계와 동북아에 치중됐던 한국 외교의 공간을 미중 패권갈등의 중심인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축을 바꾸는 의미도 있다.
기시다 총리가 밝힌 것처럼 이번에 일본에서 열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미국을 축으로 한국과 일본이 손잡고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팽창전략에 공동 대응하는 외교 공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물론 향후 과제도 있다.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정세의 중요 당사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새로운 전략이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인·태 전략 보고서에도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인 구상"이라며 "주요 협력 국가인 중국과는 국제규범과 규칙에 입각하여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을 향한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는 실효성 있는 확장억제 강화도 절실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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