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의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다수 견해와 달리, 최근 지표가 양호하게 나오면서 일각에서 '연착륙'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침체 시기에 대한 전망이 계속 뒤로 미뤄지면서, 대규모 실업이나 경기 둔화 없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온 일각의 연착륙 기대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의 이달 초 설문조사에 따르면 27명 가운데 5명만이 내년까지 침체가 없을 것으로 보는 등 아직 다수 견해는 아니지만, 최근 고용·소비 지표가 양호하게 나오면서 이들의 견해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5일 발표된 4월 고용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치를 뛰어넘는 고용 증가로 실업률(3.4%)이 1969년 이후 54년 만의 최저치 타이기록을 세웠고, 핵심 노동 연령대(25∼5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15년 새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자동차 판매는 거의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이 여전히 목돈이 들어가는 지출을 하고 있으며, 소매 판매와 공장 생산도 늘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또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우려해온 임금 인상 부문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인 서비스 물가(에너지·주거비 제외) 상승세가 지난달 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엘런 젠트너는 "우리는 모두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을 싫어하지만, 현재와 같은 움직임은 본 적이 없다"면서도 은행권 불안 지속과 고용지표 수정 가능성에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이번 달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 상단을 5.25%까지 올린 뒤 기자회견에서 연착륙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번에는 정말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연착륙을 주장해온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은 "이번 논의에서 낙관적 결말의 목전에 있고, 일부 측면에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수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침체가 올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들도 침체 시기에 대한 전망을 뒤로 물리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산탄데르 US 캐피털 마켓츠의 스티븐 스탠리는 "최소한 1년간의 전망 컨센서스는 침체까지 3개월 정도 남았다는 것인데, 시기가 계속 뒤로 미뤄지고 있다"면서 "소비지출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게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미국 경제가 '규칙적인 단계로 이뤄진'(rolling) 침체를 겪는 중일 수 있다면서, 상업용 부동산 등 일부 영역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전체적인 경제지표는 침체가 아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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