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문화 거부해야"…최근 여론조사 열세에 對트럼프 공세 예고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공화당 소속인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가 내주에 2024년 대선 도전을 공식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본격 대결에 나선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한때 '트럼프 대항마'로 주목받았으나 최근에는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 수위를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5일(현지시간) 연방선거관리위(FEC)에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폭스뉴스 등이 18일 보도했다.
이번 후보 등록은 같은 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기금 모금 행사에 맞물려 있다.
법에 따라 후보 등록을 하기 전에는 대선 자금 기부 요청을 하거나 받을 수 없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어 메모리얼데이(미국의 현충일·29일) 이후에 고향인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공식 출정식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연방 하원의원 출신으로 2018년에 이어 2022년 선거에서 주지사로 재선됐다.
특히 대승이 예상됐던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고전한 가운데 플로리다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차이로 당선되면서 당 안팎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라이벌로 주목받았다.
실제 지난해 말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기도 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계속 밀리면서 존재감이 크게 작아진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처음 주지사 선거에 승리한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방역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면서 봉쇄 위주의 방역 정책을 펼친 트럼프 정부와 차별화했다.
그는 성소수자, 불법 이민자 등을 겨냥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보수주의 문화 투사'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지난해 일선 학교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학교 교육을 제한하는 이른바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Don't Say Gay) 법에 대해 '지역 경제의 큰 손'인 디즈니가 반대하자 이 회사에 대한 주 차원의 세금 혜택 박탈도 추진하기도 했다.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은 프리덤 코커스 창립 회원인 디샌티스 주지사는 강경 보수라는 점에서 '리틀 트럼프'로도 불렸으나 즉흥적인 성향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좀 더 전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과거 패배 아이콘'으로 규정하면서 '미래 대안 후보론'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그는 지난 13일 공화당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를 방문해서 "최근 몇 년간 우리 당에 퍼진 패배 문화를 거부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눈을 딴 곳으로 돌리거나 과거 선거나 다른 이슈에 집중하면 민주당이 또 우리를 이길 것이고 이 패배는 매우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공화당 내에서 아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성관계 입막음 의혹 기소, 과거 성 추문 거액 배상 판결 등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더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공화당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1%를 차지해 디샌티스 주지사(18%)를 압도했다.
공화당에서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에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가 출마를 선언했다.
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팀 스콧 상원의원,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 등도 출마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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