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서 열린 中·중앙亞 5개국 정상회의서 안보·경제협력 강화 천명
"외세간섭·색깔혁명 반대"…美 견제하며 러 앞마당서 영향력 확대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법 집행·국방 능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며 양측간 안보 협력 강화 의지를 천명했다.
중앙아시아를 자국 영향권 안에 두었던 러시아가 전쟁의 늪에 빠지면서 이 일대에서 안보 공백과 전략적 협력의 공간이 생기자 중국이 이 지역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19일 중국 산시성 시안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중국·중앙아시아 운명공동체 건설을 주제로 행한 기조연설을 통해 안보 협력 강화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법 집행과 안보·방위 능력 건설을 강화하도록 돕고, 각국이 자주적으로 지역 안보를 수호하고 테러 세력에 맞서도록 지원하며, 사이버 안보 협력을 전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중앙아시아 국가의 주권·안보·독립·영토의 완전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중앙아시아 국가 국민이 자주적으로 선택한 발전 경로는 반드시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외부 세력의 내정 간섭과 '색깔혁명(권위주의 정권 국가에서 서방 주도로 일어나는 민주주의 개혁 운동)' 책동에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극단주의 종교 세력과 민족 분열 세력, 테러 세력 등 '3대 세력'에 대한 무관용을 유지하고, 지역의 안보 관련 어려움을 해결하며, 분쟁에서 멀리 떨어진 평화적 공동체를 함께 건설하자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전략적 상호 신뢰를 심화하고 주권, 독립, 민족적 존엄, 장기적 발전 등 핵심 이익을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 항상 명확하고 강력한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중국의 대만 문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색깔혁명 우려 등 미국과 결부된 '동병상련'의 현안들을 고리로 양측간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려는 의중을 나타냈다.
시 주석은 안보뿐 아니라 에너지 교역을 포함한 경제 협력 강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에너지 협력 확대를 위한 중국·중앙아시아 에너지 발전 파트너십 구축을 제언한다고 밝힌 뒤 중국·중앙아시아 천연가스관 건설 가속화, 양측의 석유·가스 교역 규모 확대, 친환경 신에너지·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관련 협력 강화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중국은 더 많은 무역 촉진 조치를 도입하고, 양자 간 투자 협정을 업그레이드하며, 양측 국경 항구에서 농산물·부자재를 신속하게 통관하는 '그린 채널'을 전면적으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시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공동 건설을 위한 협력을 계속하자고 밝혔다. 그리고 경제·무역, 생산 능력, 에너지, 교통 등 전통적인 협력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금융, 농업, 빈곤 감소, 녹색 저탄소, 의료 및 보건, 디지털 혁신 등 신성장 포인트를 만들자고 말했다.
아울러 국경을 넘나드는 운송 물량을 전면적으로 늘리고 카스피해 국제 운송 회랑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중국-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을 각각 연결하는 도로 통행 능력 업그레이드, 기존 항구의 현대화 등 인프라 관련 지원 의사도 피력했다.
시 주석은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6개국 정상이 이번 회의에서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시안 선언'에 공동 서명하는 한편, 정상회의 성과 목록을 채택하고, 향후 중국·중앙아시아 관계 발전의 청사진을 그렸다고 밝혔다.
그는 "100년 만에 찾아온 큰 변화의 국면에서 각국 인민의 근본 이익과 빛나는 미래를 내다보고 서로 손잡고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함께 도전에 맞서기로 했다"며 "중국·중앙아시아 운명공동체를 더욱 긴밀하게 구축하고, 인류 운명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6개국 정상회의 메커니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한 번은 중국, 다음 회차는 중앙아시아 국가 중 한 나라가 주최하는 식으로 정상회의를 격년제로 정례화하기로 했으며, 차기 정상회의는 2025년 카자흐스탄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또 정상들은 중국에 중국-중앙아 메커니즘 상설 사무국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이 소련 붕괴 후 독립국이 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과 개별 수교한 뒤 30여년 만에 열린 6개국 정상들 간의 첫 대면 회의다.
지난 17∼18일 시 주석은 방중한 정상들과 개별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18일 밤 과거 수나라와 당나라 황실 정원 터에 조성한 민속 테마파크인 '다탕푸룽위안(大唐芙蓉園)'에서 성대한 환영 연회를 열어 정상들을 환대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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