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청원에 정부 손 들어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고등법원은 19일 반중매체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의 국가보안법 재판에 외국인 변호사의 참여를 금지하도록 결정한 홍콩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홍콩 고등법원(이하 법원)은 라이가 오는 9월 열리는 자신의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영국 왕실 변호사 티모시 오웬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허가해 달라며 요청한 사법 검토 청원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안보 관련 재판에 외국인 변호사 참여 여부에 관한 결정권은 홍콩 행정장관과 홍콩 국가안전수호위원회에 있다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인용했다.
이는 라이의 국가보안법 재판에 외국인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홍콩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라이는 다른 빈과일보 간부들과 함께 국가보안법상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의 이날 결정은 주목받는 재판에 대한 영국 왕실 변호사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거부한 것일 뿐만 아니라, 불공정한 재판을 이유로 영구 공소중지를 이끌려 했던 라이의 계획에 타격을 입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설명했다.
라이는 앞서 법원에 오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사법 검토를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전인대 상무위의 결정이 자신의 재판에 소급 적용돼서는 안된다고 법원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법원은 사법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급 적용 판단 청원에 대해서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홍콩 당국이 국가 안보 사건에 외국인 변호사의 참여 여부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현지 홍콩 입법회(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홍콩 국가 안보 관련 사건의 변호를 맡고자 하는 외국인 변호사는 앞으로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전인대 상무위의 유권 해석에 따라 입안됐다.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에서는 그간 외국인 변호사가 활발히 활동해왔고 중대 범죄에 대해 공개된 배심원 재판을 진행해왔다. 이는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상징했다.
그러나 2020년 6월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국가보안법 사건은 배심원 없이 진행되고 관련 재판의 판사는 행정장관이 지명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정부는 라이가 국가보안법 사건에 외국인 변호사를 선임하자 홍콩과 중국 내정에 대한 외국의 간섭 사례가 많았다면서 "국가보안법 사건에는 외국인 변호사의 참여를 금지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전인대 상무위에 이와 관련한 국가보안법의 유권 해석을 요청했다.
라이 변호인단은 그간 라이의 변호인 선택권을 막으려는 공동의 노력이 펼쳐져 왔다며 불공정한 재판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재판을 중지시키고자 했다.
1995년 창간한 빈과일보는 당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 2021년 6월 자진 폐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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