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엠네스티 "케냐 난민 캠프서 성소수자 인권 침해 심각"

입력 2023-05-19 18:07  

국제엠네스티 "케냐 난민 캠프서 성소수자 인권 침해 심각"
강간 등 증오 범죄·학대당하고도 구제 지연…"신체적·심리적 안전보장 시급"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케냐의 난민 캠프에서 성소수자(LGBTQ)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AI)는 19일(현지시간) 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성소수자 권익보호단체 국가게이·레즈비언인권위원회(NGLHRC)와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들이 강간 등 심각한 증오 범죄와 학대의 희생자"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은 현지 당국의 부주의로 거의 처벌을 받지 않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국제엠네스티와 NGLHRC는 20만 명 이상의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이 거주하는 케냐 서북부의 카쿠마 난민 캠프에서 2018년∼2023년 2월 범죄 피해 등을 겪은 성소수자 41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2018년 카쿠마 캠프에서 두 차례 강간을 당한 41세 레즈비언 에스더 씨는 "첫 번째는 2명의 남성이 칼로 위협했고, 두 번째는 7살 아들 앞에서 강도를 당하면서 4명의 남성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레즈비언 위니 씨는 캠프 내 자신의 가게가 파괴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 중 한 명이 다치는 피해를 겪었지만, 현지 경찰이 책임자 검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엠네스티와 NGLHRC는 "이런 사례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운영하는 캠프가 성소수자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룬구 호턴 국제엠네스티 케냐 사무국장은 "카쿠마 캠프의 성소수자들이 정부 관리와 경찰 등의 혐오와 차별에 직면해 있다"며 "이는 종종 망명 신청 처리와 범죄 피해 구제 지연, 괴롭힘, 제3국 재정착 기회 제한 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쿠마 캠프에 있는 모든 성소수자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의 신체적, 심리적 안전 보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수적 기독교가 우세한 케냐에서는 동성애가 불법이며 동성 간 성관계는 최대 14년의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역시 최근 동성결혼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을 비롯한 동부 아프리카에서 케냐는 보호를 원하는 성소수자들에게 망명을 제공하는 유일한 국가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hyunmin6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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