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조선 나포에 대응해 美 동맹 결의 과시
혁명수비대 고속정 1㎞ 이내 접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란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잇달아 유조선을 나포하자 미국과 영국, 프랑스 해군 사령관이 미국 군함을 타고 이 해협을 항행하는 무력시위를 펼쳤다.
AP통신은 중동에 주둔한 3개국 사령관들이 19일(현지시간) 미 해군 알레이 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폴 해밀턴호를 타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27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마셜제도 국적 유조선 어드밴티지 스위트호를 나포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파나마 국적 유조선을 나포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40㎞에 불과하며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곳으로 미국 군함과 혁명수비대 함정 간 군사적 마찰이 자주 발생해왔다.
브래드 쿠퍼 미 해군중부사령부(NAVCENT) 사령관은 이날 "이란은 지난 2년간 15척의 배를 나포하거나 공격했다"며 "해운 업계가 이 지역의 경계 태세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고 우리는 그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폴 해밀턴 호의 이번 항행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결의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해협 통과 중에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 3척이 동시에 폴 해밀턴호에 접근해 거리를 915m 이내까지 좁히기도 했다.
최소 1대 이상의 이란 드론이 폴 해밀턴호를 감시했고 미 해군 초계기 보잉 P-8 포세이돈도 상공을 비행했다.
고속정의 혁명수비대 경비대원이 쌍안경으로 폴 해밀턴호를 지켜봤으나 3개국 사령관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챘을 가능성은 작다고 AP는 전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핵 합의를 파기한 후 급격히 악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왔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도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됐다.
최근 이란은 미군 잠수함이 이 지역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를 부인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군 군함과 이란의 고속정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같은 해 9월에는 이란 해군 구축함이 미군 무인수상정을 나포했다가 풀어주는 일이 있었다.
지난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최근 이란의 유조선 나포를 비판하면서 미국이 페르시아만에서 방어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수십년간 이어진 미국의 간섭주의적·파괴적 정책으로 페르시아만 지역의 불안정이 조성·심화했다"고 비판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