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고액 지폐인 2천 루피(약 3만2천원) 지폐 회수에 들어갔다.
20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도중앙은행(RBI)은 9월 30일까지 2천 루피권을 은행에 예금하거나 다른 지폐로 교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9월 30일 이후 무엇이 달라질지는 밝히지 않았다.
인도의 2천 루피 지폐는 2016년 11월 화폐개혁과 함께 등장했다.
당시 인도 정부는 검은돈의 유통을 막겠다며 전격적으로 화폐 개혁을 단행, 아무런 예고 없이 하루아침에 시중 유통 현금의 86%를 차지하던 500루피(약 8천원), 1천 루피(약 1만6천원) 지폐 사용을 일시에 중지하고 새 지폐로 교체했다. 또 2천 루피권을 새로 도입했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경제는 혼란에 빠졌고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2016년 1분기 9.2%까지 올라갔던 분기 경제성장률이 2017년 2분기 5.7%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처럼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인도 정부가 다시 2천 루피 지폐 회수에 나선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불법 선거자금의 유통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의 정당은 현재 선거 운동을 위해 고액권 지폐로 현금을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엄격한 지출 제한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비축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2천 루피권 사용이 금지되면 정당들이 비축한 현금이 드러나면서 불법 선거 자금 사용도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천 루피 지폐 유통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체 유통 중인 통화에서 2천 루피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11% 정도다.
인도 정부는 새로 도입한 2천 루피 지폐가 부정소득 축재, 돈세탁, 탈세 등에 널리 활용된다고 의심하면서 2017년부터 유통을 줄이기 시작, 2019년부터는 새 지폐를 찍어내지 않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예금이 늘어나면 최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인도 투자정보업체 ICRA의 카르티크 스리니바산 수석 부사장은 "단기적으로 예금이 늘어나면서 예금 금리 인상 압력이 완화돼 단기 금리도 떨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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