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카고서 홀푸드·월마트 등 철수…총칼 위협에 "우리 직원 못 지켜"
타깃, 절도 피해액 5억달러 증가…뉴욕시 '가게 절도와의 전쟁' 선포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지난 한 주간 투자자들의 시선은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유통 공룡'들의 1분기 실적과 가이던스에 쏠렸다.
경기 바로미터로 불리는 이들 대형 유통기업의 세부 실적과 전망을 통해 미국인들의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를 점쳐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경제 자체와는 무관한 한 가지 이슈가 유통기업과 소비자를 공통으로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대도시들의 치안 문제가 매장 운영을 어렵게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이었다.
타깃은 지난 17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들어 조직적인 절도 범죄에 따른 피해액이 전년 동기보다 5억달러(약 6천643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타깃의 연간 절도 피해액은 7억6천300만달러였으나, 올해는 10억달러를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폭력적인 사건들이 우리 매장들은 물론 전체 소매업계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불행한 사실"이라며 "고객과 직원들의 안전이 가장 큰 우려"라고 말했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실적이 좋은 타깃으로서는 치안 불안 때문에 "매장 문을 닫고 싶지는 않다"고 코넬 CEO는 말했지만, 견디다 못해 대도시 우범지대에서 폐점을 선언한 회사들도 적지 않다.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가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플래그십 매장을 불과 1년 만에 닫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아마존 계열사인 홀푸드는 지난해 3월 열었던 샌프란시스코 플래그십 매장을 잦은 범죄 피해와 노숙자들의 소동 탓에 올해 4월 11일 폐점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매장에서는 일부 이용자들이 총기, 칼, 각목으로 직원들을 위협하거나 식료품을 바닥에 내던지며 소리를 지르는 것은 물론 매장에 대변을 보고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NYT가 입수한 911통화 녹취록에는 "마체테(날이 넓고 긴 칼)를 든 남성이 다시 들어왔다", "한 남자가 4인치 나이프로 여러 경비원들을 공격하고 종업원들에게 소화기를 뿌렸다" 등 이 매장 직원들의 긴박한 신고 내용이 담겼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홀푸드의 뒤를 이어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홈디포가 직원 안전을 이유로 역시 철수를 결정했고, 프리미엄 가구·주방용품 브랜드 윌리엄소노마도 내년 매장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스타벅스와 약국체인 CVS도 예외는 아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구역에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전인 2019년 203개 소매점이 있었으나, 지금도 운영 중인 매장은 47% 급감한 107곳에 불과하다.
역시 팬데믹 이후 치안이 급속 악화한 시카고에서는 미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지난달 11일 4개 매장의 폐점을 알렸다. 월마트의 전체 시카고 매장 8곳 중 절반이 문을 닫은 것이다.
월마트는 해당 매장들에서의 손실 누적을 그 이유로 댔으나, 기업이 대놓고 범죄 문제를 폐점 이유로 언급하는 일은 드물다는 점에서 치안 문제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의 유통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대도시들에서 문을 닫는 유통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여러 이유가 있지만 치안 문제가 크다. 유통업체들은 '우리 종업원들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라고 전했다.
이미 대도시 우범지대 철수를 선언한 업체들뿐 아니라 다른 대형 업체도 직원 안전 문제로 일부 매장의 폐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장물을 팔기 쉬워졌다는 점이 최근 유통업체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치안 악화가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자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 17일 '가게 절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뉴욕시는 신고 절차 간소화, 감시 프로그램 도입, 가게 절도 대응 태스크포스 출범 등의 내용을 담은 포괄 계획을 내놨다.
뉴욕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 전체에서 벌어진 소매업체 절도 2만2천여 건 중 30%가 단 327명의 반복 범죄로 집계됐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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