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파괴돼" 어려움 피력했다가 함락 거듭 부인
'추가지원' 바이든 "푸틴, 우리 결심 못 흔들어…F-16, 러 영토론 안갈것"
英 수낵 "우크라 안보가 우리 안보…올 여름 파일럿 훈련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최대 격전지인 동부 바흐무트를 함락시켰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억7천500만 달러(약 4천98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발표하고 전투기 훈련 지원을 약속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일 일정에 참석,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러시아군은 바흐무트에 있다"면서도 "오늘 바흐무트는 러시아에 점령된 상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후 꼭 석 달 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만일 바흐무트에서 전술적 실수가 발생해 우리 병력이 포위된다면 힘든 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 군의 전술적 판단을 공유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앞서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직전 "바흐무트가 파괴됐고,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며 "이것은 비극"이라고 밝혔다. 또 "오늘은 일단 바흐무트가 우리 마음속에 남게 됐다"고 답해 함락을 시인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그가 '바흐무트가 아직 우크라이나 수중에 있는 것이 맞느냐, 러시아는 이곳을 장악했다고 하는데'라는 질문에 "아닌 것 같다"(I think no)고 답한 것과 관련,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추가 입장을 내고 "함락을 부인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전날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바흐무트 점령을 선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해방 작전 완료"라는 표현으로 바그너 용병과 자국군을 치하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F-16 전투기를 제공받을 것을 확신한다며,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물리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서는 "미국의 지원에 감사하며, 전장에서 보다 강력한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훈련을 제공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서방국들에 F-16과 같은 신형 전투기를 요청해 왔으며, 미온적이던 서방 국가들이 최근 국제 연합을 통한 지원으로 돌아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 대한 미국산 F-16 조종 훈련을 승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작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제시한 러시아군 철수와 정의 회복, 핵 안전과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등 10개 항의 협상 조건과 관련해 "이 평화 공식은 합리성의 명백한 표현"이라며 G7 정상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의 사진을 보고는 "바흐무트와 같이 파괴된 우크라이나 도시들이 떠오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G7 일정을 모두 마친 후 취재진에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푸틴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의 결심을 깨뜨리지 못한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F-16 제공 여부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전투기들이 지리적인 러시아 영토로 진격하는 데에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러시아군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 방어 차원에서 F-16을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 회담에 앞서서는 "우크라이나 국방력 강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다음 단계의 군사지원 내용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 3억7천500만달러(약 4천982억원) 상당의 새 군사 패키지에는 탄약과 장갑차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우리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곧 우리의 안보"라며 "G7은 우크라이나 지지에 단결돼있다"고 역설했다.
수낵 총리는 특히 "우크라이나가 향후 필요로 하는 공군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조종사 훈련은 올여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영국과 네덜란드가 국제 연합을 구축해 F-16 조달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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