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지난달 시작된 수단 군벌 간 무력 분쟁 탓에 앞서 일자리 등을 찾아 수단으로 건너갔던 이웃 국가 에리트레아의 난민들이 갈 곳을 잃었다고 BBC 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리트레아는 수단과 에티오피아 사이에 있는 동아프리카 국가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힌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사이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 전까지 수단으로의 망명을 신청하거나 이미 수단으로 넘어간 에리트레아인은 약 13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에리트레아의 심각한 경제난, 당국의 엄격한 사회 통제, 오랜 군 복무 등을 피해 수단으로의 도피를 희망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수단 분쟁이 터지면서 이들은 갈 곳을 잃은 신세가 됐다. 비록 휴전 중이지만 언제 다시 무력 충돌이 벌어질지 모를 수단에 계속 머무를 수도, 그렇다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탈출구를 찾아 남수단의 팔로이치 공항까지 건너왔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에리트레아 난민들은 남수단 수도 주바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난민들은 전했다.
이런 상황 속 팔로이치 공항과 그 주변은 현재 에리트레아 난민 수천 명이 머무르는 '수용소'가 된 상태다.
화장실도 부엌도 없고 물도 충분하지 않지만 이들 난민은 공항 근처에 텐트를 치고 버티고 있다.
팔로이치 공항에 5일 전 도착했다는 테스핏 지르메이는 이곳 환경을 두고 "인간은커녕 동물도 살기 힘든 곳"이라면서도 독신인 자신은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자녀를 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아이를 4∼5명 둔 난민들은 먹고 자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수단의 한 대학 부지도 팔로이치 공항과 마찬가지로 난민 6천명 이상이 머무르는 수용소가 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에리트레아 난민은 "그 누구도 주바를 통과할 수 없다. 길은 에리트레아 사람들에게만 폐쇄돼 있다"고 호소했다.
남수단 외무장관 대행을 맡고 있는 뎅 다우 뎅은 에리트레아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현재 자국으로 송환되도록 조처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에리트레아 국민들이 많아 상황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주바에 도착한 일부 에리트레아 국민이 다시 팔로이치 공항으로 되돌려보내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대학 부지에 머무는 에리트레아 난민은 BBC에 "이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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