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저 엔진으로 개선된 동력성능…낮은 RPM서도 넉넉한 힘
소음 차단·에어 서스펜션 등 승차감 확보기술 총집합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대기업 사옥 주변을 다니다 보면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을 꽤 흔하게 볼 수 있다. 해외 유명 완성차 브랜드의 동급 플래그십 세단보다 눈에 훨씬 자주 띄는 걸 보면 '임원 차'로 국내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것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G90으로 지난 20일 서울과 경기도 일대 약 150㎞를 주행하며 동력 성능과 차량에 적용된 각종 신기술을 살펴봤다. 시승 모델은 지난 3월 출시된 연식 변경 모델 2023 G90의 '가솔린 3.5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이하 슈퍼차저)다.
슈퍼차저 엔진은 종전에는 롱휠베이스 모델에만 탑재됐으나, 2023년형은 일반 모델에도 적용됐다. 낮은 엔진 회전(RPM) 영역대에서 48V 슈퍼차저가 모터를 통해 압축한 공기를 한 번 더 엔진에 공급해 토크를 개선하는 시스템이다. 슈퍼차저의 배터리 전원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처럼 회생제동으로 확보한다.
'쇼퍼 드리븐'(Chauffeur-driven·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으로 쓰이는 일이 많은 차종임을 고려해 동승자를 뒷좌석에 태우고 승차감과 편의에 초점을 맞춰 운전했다.
묵직한 토크와 향상된 출력 덕분인지 운전하는 내내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간혹 평지에서 오르막 차로로 바뀌는 코스가 나타났을 때도 RPM은 대체로 1천500∼2천대를 유지했지만, 출력이 저하되는 느낌 없이 오르막 정점까지 부드럽게 주행해 가속 페달에 힘을 크게 더 줄 필요가 없었다.
과속방지턱 등 도로 상황을 스스로 감지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에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덕분에 어떤 길을 지나든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고, 풍절음과 노면음 차단력도 뛰어나 안정된 승차감을 제공했다. 소통이 원활한 구간을 지날 때는 '스포츠 모드'로 출력을 높여보기도 했으나 뒷좌석에서는 달라진 점을 전혀 감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다만 반자율주행 기능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니 차간거리를 유지할 때 가속과 감속이 생각한 것만큼 부드럽지는 않았다. 직접 가속·제동 페달을 조작하는 쪽이 더 낫다는 느낌이었다. 일부러 페달링에 신경을 썼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주로 사용한 '쇼퍼 모드'의 가속·감속은 꽤 부드러웠다.
전장이 5천275㎜로 상당히 긴 편이라, 처음에는 좁은 주차장 등에서 까딱하면 차를 긁거나 뒤쪽 벽에 부딪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물체에 다가갈 때마다 충돌 경고장치가 워낙 '난리'를 피우는 데다, 여차하면 강제로 제동까지 해버리는 탓에 그럴 위험은 작아 보였다.
당일 정오쯤부터 밤까지 꽤 긴 시간 운전을 계속했음에도 승차감이 좋아 피로가 심하지는 않았다.
3천180㎜의 긴 휠베이스(축간거리)가 구현하는 넉넉한 실내 공간과 각종 편의 기능은 뒷좌석 탑승자에게는 한층 더 쾌적함을 제공했다.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완전히 젖히고 레그레스트와 풋레스트를 펴면 비행기 1등석처럼 편안한 상태가 된다. 동승자는 시승 후 "꿀잠 잤다"고 말했다.
이 밖에 마사지 모드가 제공되는 에르고 릴렉싱 시트, 뒷좌석에서 냉난방과 커튼, 조명 등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터치 디스플레이 등 뒷좌석 승객의 편의를 위한 각종 기능이 두루 탑재됐다.
실내에 달린 23개의 뱅앤올룹슨 스피커는 라디오로도 웅장한 소리를 구현했다. 음향 설정에서 '심포니홀' 모드를 선택하면 흡사 라디오 진행자가 소극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듯 독특한 느낌도 준다.
도중에 길이 막혀 가다 서기를 해야 하는 구간이 다소 있었고, 주행을 마친 뒤 평균 연비는 L당 8.4㎞를 기록했다. 고속도로 기준으로 G90의 공인 연비는 10∼11㎞ 수준이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