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통신사 "취재 허가증 받았지만 갑자기 행사장 입장 불허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세계보건기구(WHO)의 연례총회(WHA)에 대만의 참석이 또다시 무산된 가운데 대만 통신사 기자들의 현장 취재도 불허됐다.
대만 중앙통신사(CNA)는 22일 사전에 WHA 취재 허가를 받은 자사 기자 2명의 취재 허가증이 이날 오전 갑자기 취소됐다고 밝혔다.
CNA에 따르면 이들 기자는 이날 스위스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리는 제76차 WHO 연례총회(WHA) 취재를 위해 행사장에 도착했으나 현장 직원으로부터 입장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두 기자는 모두 중화민국(대만의 정식 명칭) 국적자다.
현장 직원은 두 기자를 행사장 건물 밖으로 데려 나간 뒤 "당신들은 대만 여권을 가지고 있으며 WHO는 그것을 더이상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두 기자는 중화민국 국적자임을 밝히고 취재증을 신청해 허가를 받은 것이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해당 직원은 "안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다소 압력이 있다"고 토로한 뒤 대만 국적자가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이 대만 주민들에 발급하는 본토 여행 허가증이 있는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한 허가증이 없는 두 기자는 재차 항의하면서 중국이 지난주 자신들의 취재 허가증이 승인된 후 개입한 것인지, 그랬다면 어떻게 자신들의 취재 신청 여부를 알았는지 물었다.
이에 그 직원은 "그들은 모든 것을 안다"고 농담 반으로 말하고는 "미안하다"고 전했다.
기자들이 WHO가 중국에 모든 것을 보고해야 하냐고 묻자 그 직원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대만 공식 대표단의 일원도 아니고 언론인이기 때문에 행사장 취재가 허용돼야 한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그러나 그 직원은 "나는 당신을 돕고 싶지만 내 손은 묶여있다"면서 그들을 입장시킬 경우 자신은 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인들, 중국 매체들이 안에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직원은 대만 기자들의 취재를 불허한 결정에 대해 WHO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WHO는 전날 개막해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WHA에 대만을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만은 WHO 창립 당시 회원국이었으나, 유엔이 중국과 대만 가운데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대만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박탈한 이후 1972년 WHO에서도 퇴출당했다.
대만은 중국과 관계가 개선됐던 2009∼2016년 옵서버 자격으로 WHA에 참가했지만, 독립 성향이 강한 차이잉원 정부가 들어서자 중국의 반발로 지금껏 참석 명단에서 배제됐다.
대만 외교부는 WHO의 결정을 비난하며 "중국이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막는 것은 비열하며 중국은 대만을 대변할 권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어떤 식으로든 도전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WHO의 결정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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