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책 효율성 강조' 정부에 제동…대통령 "국민투표로 판사 선출 지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정책 추진 과정의 합법성 여부를 두고 행정부와 사법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멕시코 연방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현지시간) '연방 행정부가 공익 및 국가안보로 분류한 프로젝트나 사업에 대해 정보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통령 행정명령에 대해 대법관 6대 5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법률이 아닌 명령으로 법적 기관인 정보보호 감독기구(INAI)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익 또는 국가안보라는 추상적 개념이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논리다.
앞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21년 11월 22일에 정부의 공공 이익과 국가 안보, 국가 발전을 위한 우선순위 및 전략적 프로젝트에 대해선 예산 집행 세부 사항이나 의결 과정에 대한 국회 보고 없이 이른바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대해 정보보호 감독기구와 야당에서는 "투명성이 결여된 명백한 위헌"이라며 반발했다.
연방대법원은 홈페이지에 공개한 설명자료에서 "이번 판결이 정부의 기존 조처에 소급되지는 않는다"고 명시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는 마야 열차 관광열차 건설, 테우안테펙 지협 태평양∼걸프 해안 철도 노선 현대화, 툴룸·팔렌케·체투말 공항 건설 등을 국가안보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의 관리·운영 주체는 대부분 군부(국방부)다.
해당 사업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예산 사용처 등이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고 있다.
멕시코 대법원은 앞서 국회의원 정수 감축 및 선관위 기능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연방경찰 기능의 군 통제를 목표로 만든 국가방위군 개혁 법안 등 행정부에서 의욕적으로 내놓은 각종 정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제동을 건 바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뜻'과 다른 판결이 나올 때마다 사법부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대법관을 거론하며 "애국정신이 없는 판관들이 우리 행정부를 방해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내년 11월 30일 임기 종료를 1년여 남긴 최근까지도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 중인 그는 아예 대법관을 포함한 사법부 주요 판사들을 일부 국민투표로 뽑자는 여론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예산만 낭비한다"는 등 이유로 정보보호 감독기구 폐지를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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