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감탄한 한국 지리산 정원, 英 첼시 플라워쇼 금상 쾌거

입력 2023-05-23 16:03   수정 2023-05-23 16:04

찰스 3세 감탄한 한국 지리산 정원, 英 첼시 플라워쇼 금상 쾌거
황지해 작가 11년 만의 화려한 복귀, 금상 총 3개 기록
주요 경쟁부문 '쇼 가든'…"우리나라 산 잠재가치 인정, 한국 정원 확실히 각인"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첼시 플라워쇼에서 황지해 작가가 지리산에서 영감을 받은 한국 정원으로 금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첼시 플라워쇼는 23일(현지시간) 주요 경쟁부문인 '쇼 가든'에서 황지해 작가의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A Letter from a Million Years Past)에 금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황 작가는 11년 만의 첼시 플라워쇼 복귀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금상 3개를 기록하게 됐다.
그는 2012년 첼시 플라워쇼에서 'DMZ:금지된 정원'으로 쇼 가든 부문 전체 최고상(회장상)과 금상을 동시에 받으며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11년 전통 화장실을 정원으로 승화한 '해우소'로 처음 출품해서 아티즈 가든 부문에서 금상과 최고상을 받았다.
황 작가는 전화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와서 많이 긴장했는데 무척 기쁘다"며 "지리산으로 대표된 우리나라 산의 잠재된 가치를 인정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우소' ,'DMZ'에 이어 '지리산'으로 이제 영국에 한국 정원이 무엇인지 확실히 각인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는 지리산 동남쪽 약초군락을 모티브로 설계한 정원이다. 약초와 원시적 형태의 자연 풍경을 통해 환경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리산에만 있는 지리바꽃, 멸종위기종인 나도승마, 산삼, 더덕 등 토종 식물 등 식물 300여종과 총 200t 무게의 바위들로 가로 10m, 세로 20m 크기 땅에 지리산의 야성적인 모습을 재현했다.
바위 사이엔 지리산 젖줄을 표현한 작은 개울이 흐르고, 중심엔 지리산 약초 건조장을 참고해 만든 5m 높이 탑이 서 있다.
정원을 관람한 유명인사들과 정원 전문가들은 자연스러움에서 다른 출품작들과 차별화된다고 입을 모았다. 희귀 식물들이 많은데도 큰 흥미를 보였다.

식물 절반 이상은 웨일스의 농장에서 가져왔다. 농장주 부부는 30년 전부터 제주도와 울릉도부터 DMZ까지 전국을 누비며 한국 식물을 채종해와서 키웠다.
바위는 스코틀랜드산이고 건조탑은 스코틀랜드 출신 장인이 자연 채취한 점토, 짚, 모래, 말똥 등으로 제작했다.
이는 첼시 플라워쇼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데 맞춘 것이기도 하다.
첼시 플라워쇼는 영국의 대표적인 정원·원예 박람회로 왕립원예협회(RHS) 주최로 1913년 시작됐다. 런던 남서부 부촌 첼시 지역에 템스강과 접한 4만5천㎡ 규모 부지에서 개최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매년 찾는 등 왕실과 관계가 깊다.
올해도 찰스 3세 국왕 부부가 사전 개막일인 22일에 방문했고 미들턴 왕세자빈은 어린이들 소풍 행사에 깜짝 등장했다.
찰스 3세는 정원 열 군데를 둘러보며 황 작가의 정원을 가장 먼저 찾았다. 예정과 달리 안쪽까지 꼼꼼히 살펴보며 감탄했고 마지막에는 황 작가의 요청에 흔쾌히 포옹해주기도 했다.
올해 첼시 플라워쇼는 22일 VIP와 프레스 대상으로 사전 개막했으며 정식 운영은 23일부터 27일까지다. 최고상과 인기상은 추후 발표된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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