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맥주 원조' 아일랜드, 세계 최초로 술병에 '건강 위험' 경고

입력 2023-05-23 10:23  

'흑맥주 원조' 아일랜드, 세계 최초로 술병에 '건강 위험' 경고
담뱃갑처럼 "암·간질환 유발" 메시지 부착…2026년 5월 시행
아일랜드 주류업계 반발…EU 등 통상 마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맥주와 위스키로 유명한 아일랜드가 담뱃갑처럼 술병에 발암 위험과 열량 표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미국 공영라디오 NPR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기네스' 브랜드를 비롯한 흑맥주(스타우트)의 본고장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주류 용기·포장 겉면에 건강상 위험 증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부착하도록 규정한 법령에 스티븐 도널리 보건부 장관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새 규제는 3년 뒤인 2026년 5월부터 시행된다. 술병 외부에 붙이는 표기에는 주류 섭취에 따르는 간 질환 및 암 발병 가능성, 임신부에 대한 험성, 칼로리와 알코올 함량에 대한 정확한 수치 정보도 함께 담겨야 한다.
도널리 장관은 이 법령에 대해 "모든 알코올 소비자가 술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과 관련해 명확하고 간결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코올 제품에 포괄적인 건강 라벨링을 도입한 것은 아일랜드가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우리나라의 선례를 따르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이날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아일랜드는 알코올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주는 폭력과 공공질서 위반, 아동에 대한 폭력, 성폭력 등과 관련이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의 경우 임신부는 알코올 도수가 0.5% 이상인 술을 마셔서는 안 되며, 음주가 운전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문 표시를 의무화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다만 아일랜드의 새 법령은 음주의 악영향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명확하고 많은 정보를 포함하도록 했다고 NPR은 설명했다.
아일랜드 내에서는 찬반 여론이 엇갈린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아일랜드암협회의 레이철 모로는 "정부가 공중보건 분야에서 선구적인 조치를 내놨다"며 "새 입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다.
반면 주류업계를 대변하는 '드링크스아일랜드'의 코맥 힐리는 "객관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은 광적인 입법"이라며 "유럽연합(EU) 무역 파트너와의 불필요한 긴장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현행 EU 규정과 불일치하는 새 입법으로 인해 아일랜드 주류업계가 실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EU 역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수출에서 불필요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 EU 밖 국가들이 이번 아일랜드 입법에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오는 6월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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